‘윤·한 회동’ 뒷전의 상인들 “불구경 왔나”…야당 “화재 현장서 화해쇼”
“지금 먹고살기가 막막한데, 해줄 말은 없을망정 대통령이란 사람이. 그게 대통령이여? 불난 거 구경하러 왔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에서 수산물을 팔던 상인 김모씨의 입에서 거친 말이 쏟아졌다. 이 시장에서는 전날 오후 11시8분쯤 큰불이 나 점포 200여개가 전소됐다.
윤석열 대통령 방문 소식이 알려진 이날 오전 시장 내 먹거리동 2층 사무실에는 상인들이 모여들었다. 김씨는 “처음에 (오후) 1시에 온다고 하길래 아침 7시에 모여 밥을 쫄쫄 굶으며 (대통령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절박함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건물 1층으로 내려가려던 상인들을 경호원들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상인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서천특화시장을 찾았다. 윤 대통령 일행은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상인회 건물 1층에서 상황보고를 받았고, 2층에서 대기 중이던 상인들과는 만나지 않고 1시50분쯤 현장을 떠났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퍼진 현장 영상에도 일부 상인들이 “너무하시는 거 아니냐” “대통령이 어떻게 와서 아무 말도 없이 가버릴 수 있냐”고 말하며 오열하는 내용이 담겼다.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이날 서천특화시장 방문을 ‘갈등 봉합의 장’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아무리 윤석열·한동훈 브로맨스 화해쇼가 급했다지만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가 된 서천특화시장과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을 어떻게 배경으로 삼을 생각을 하나”라며 “국민의 아픔은 윤석열·한동훈 정치쇼를 위한 무대와 소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범보수권 인사들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보수 논객 정규재씨는 SNS에 “어디 장소가 없어서 재난 현장을 화해의 정치연극 무대로 덧칠한다는 말인가”라며 “서천시장에 가서 호형호제하면서 화해의 쇼를 하고, 김경율을 잘라내면 화해는 완성된다는 것인가”라고 적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대통령은 피해 점포 수 등 피해 현황을 꼼꼼히 질문하며 현장을 살피고 상인들을 면담했다”며 “상가 1층 로비에서 상인 대표들을 만나 ‘명절을 앞두고 얼마나 상심이 크시냐. 여러분들이 바로 영업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해드리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인 대표는 ‘대통령께서 직접 방문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답했고 현장 상인들 모두가 대통령에게 박수로 감사를 보냈다”고 했다.
이유진·윤기은·김송이·이두리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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