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물으려 공유한 연락망...강서구 아파트 화재 참사 막았다

김보경 기자 2024. 1. 2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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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하라” 전화 돌려 인명 피해 줄여... 관리소도 발빠른 대피 방송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세대 한 곳이 불에 타있는 모습. /김보경 기자

“여기는 대부분 임대아파트라 나이가 많고 편찮으신 분들이 많이 사시거든요. 서로 안부를 물을 수 있게 평소에 연락망을 공유하며 지냈어요. 불이 났다고 하니 서로 연락해줘서 대피할 수 있었죠.”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이웃 최모(29)씨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 21일 오후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집에 살던 남성 이모(58)씨는 상반신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주민 45명이 자력으로 대피했고, 2명은 구급대에 의해 구조됐다. 일요일 오전에 발생한 사고였는데도 주민들은 침착하게 대피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화재가 발생한 세대에는 50대 남동생 이씨과 그의 누나가 함께 살고 있었다. 이웃들에 따르면, 이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이 집의 현관문은 평소에 자주 열려 있었는데, 그 틈으로 집 안에서 휴대용 가스버너를 사용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고 한다. 이 아파트에 사는 이웃 B(76)씨는 “안전한 가스레인지를 안 쓰고 휴대용 버너를 쓰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며 “그럴 때마다 ‘안전하게 가스레인지를 쓰라’고 권유했는데도 버너를 고집해 혹시나 불이 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집에 머무르고 있던 주민들은 관리사무소의 발빠른 대처와 주민들의 도움 덕분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불이 난 집 위층에 사는 주민 A씨는 “불이 나자마자 관리사무소에서 발빠르게 ‘대피하라’고 안내방송을 해줘 전부 계단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며 “계단으로 향하며 다른 집 현관을 두드려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냈다”고 했다. A씨를 비롯한 다른 주민들도 대부분 안내방송을 듣고 나서야 건물 밖으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불난 곳 바로 옆집에 사는 주민 박정자(84)씨는 화재 당시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한 동네 이웃에게 “언니 옆집에 불난다”라며 급박한 전화를 받았다. 박씨는 “마음을 졸이며 집으로 돌아왔고, 다행히 불난 집과 맞닿은 천장이 불에 그을리기만 했다”며 “불이 혹시나 번질까 싶어 걱정이 돼 지금도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발생한 화재는 휴대용 가스버너로 거주자 이씨가 음식물을 조리하던 중 발생했다. 조리 도중 주변 가연물에 불이 붙었지만, 바로 불을 끄지 못해 불이 번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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