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죽이는 ‘숲가꾸기’
‘생태자연도 1등급’ 주흘산에
산림청 사업 유치 후 ‘벌목’
“건강성 훼손…개발 수단 돼”
경북 문경시가 케이블카 사업을 수월하게 추진하기 위해 산림청 ‘숲가꾸기’ 사업을 이용해 문경새재도립공원 경계부의 산림을 훼손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민간연구단체인 기후재난연구소는 문경시가 문경새재도립공원 경계부에 있는 주흘산 정상부에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 구역 내 숲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산림청 숲가꾸기 사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숲가꾸기 사업의 하나로 대규모 벌목을 해 생태자연도를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만들었고, 그 결과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쉽게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문경시는 2022년 7월 주흘산의 문경새재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주흘산 정상부의 숲은 생태자연도 1등급 평가를 받은 곳으로 식생의 보존가치가 높았다. 당연히 환경부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하는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다.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고 2개월 뒤인 같은 해 9월 문경시는 환경부 국립생태원에 생태자연도 평가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사유는 ‘식생보전가치 미흡’이었다.
국립생태원은 같은 해 10월 이틀 동안 조사를 벌였고 문경시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인위적 훼손이 없는 자연림이 안정적으로 발달한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문경시는 2023년 1월부터 주흘산 정상부와 주변을 포함해 33㏊ 규모의 숲에서 숲가꾸기 사업을 시작했다.
기후재난연구소가 이날 공개한 관련 문서를 보면 해당 지역의 숲가꾸기 사업 목적은 ‘미세먼지 저감’인데 골자는 숲 내부의 나무를 일정 비율로 베어내는 벌목이었다.
“그린범죄” 비판에…문경시 “30년 전부터 진행한 사업”
숲가꾸기, 개발 수단 전락
숲가꾸기 사업으로 주흘산 관봉 정상부의 참나무 군락 등을 벌목한 뒤 문경시는 다시 ‘식생보전가치 미흡’과 ‘등급요청지역 부분 벌채’를 들어 생태자연도 등급을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5월 해당 지역에 대한 현지조사를 다시 실시한 뒤 생태자연도를 2등급으로 낮췄다.
기후재난연구소는 ‘보존가치가 높았던 지역을 지자체가 고의로 훼손해 개발 사업이 쉬워지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문경시는 곧바로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진행했고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를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문경시는 지난 9일 주민 대상 공청회를 실시하는 등 주흘산 정상부 일대에 케이블카와 스카이워크, 출렁다리 등을 조성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 중이다.
문경시 관계자는 “1993년부터 인근 지역에 숲가꾸기를 계속 진행해 왔으며, 개발 사업을 위해 특별히 숲가꾸기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사유림 주인으로부터도 숲가꾸기 사업을 진행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기후재난연구소는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숲가꾸기 사업이 숲의 생태적 건강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훼손, 개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림청은 숲가꾸기 사업을 진행하면 생태적 건강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하는데 주흘산 사례에서 보듯 건강한 숲에서 숲가꾸기 사업을 진행하면 생태자연도가 되레 낮아져 버린다는 것이다.
기후재난연구소는 국립생태원에도 책임을 물었다. 2회에 걸친 현장 조사에서 벌채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수사 요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묵인했다는 것이다.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대표는 “산림청 숲가꾸기 사업이 그린워싱을 넘어서 그린범죄(환경범죄)로 전락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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