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직필] 올해 한국 경제 불확실성과 재정압박
2023년의 거시경제와 재정부문 성적표는 매우 당혹스럽고 안타깝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최종적으로 1.4%(추정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가 아닌 상태에서 1%대의 성장률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재정 측면에서도 2021년과 2022년의 대규모 초과세수(61조4000억원과 52조5000억원)에 이어 작년의 54조~59조원의 세수결손 역시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세수예측이 이렇게 들쭉날쭉하면 국가의 재정운용은 변칙적이고 불투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2024년 새해가 되었다. 그런데 올해 경제와 재정상황은 작년보다 개선될 것인가?
우선 경제상황부터 살펴보자. 지난 1월4일 발표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올해 실질경제성장률 2.2%, 소비자물가 상승률 2.6%, 경상수지 흑자 500억달러를 전망하고 있다. 성장률은 작년의 1.4%보다 좋고, 물가상승률 역시 지난해 3.6%보다 한결 낮아지는 모습이다. 더욱이 작년 310억달러보다 대폭 늘어난 경상수지 흑자도 실현되기만 하면 좋은 모습이다. 필자는 다음 세 가지가 올해 경제전망 개선 여부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금리와 물가의 고공행진 지속 여부이다. 여전히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인한 국제공급망의 불확실성, 하방경직적인 물가, 가계부채 뇌관, 미국과의 금리차이가 불러오는 긴장관계 등으로 금리 인하 시점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미국보다는 높지 않지만 우리나라 금리도 당분간은 장기간 높은 수준(higher for longer)이 지속될 수 있다. 둘째, 중국경제의 회복 여하이다. 2024년에도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경쟁과 갈등은 세계경제환경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요인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중국경제의 회복 여부는 한국경제 회복의 키가 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비메모리 신제품 개발과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같은 AI 특수 목적 메모리 반도체와 양산기술 개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가이다. 만약 이러한 요소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면 작년처럼 ‘상저하고’와 같은 희망고문을 1년 내내 받게 될 것이다. 자칫하면 2년 연속 1% 성장세에 갇혀 저성장 기조가 정착되는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재정상황은 어떠한가? 2024년 재정지출 증가율 2.8%는 최근 10년 내 가장 낮다. 글로벌한 통화긴축·재정확장의 흐름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충분하지 않은 재정지출이 경기를 더 떨어뜨려서 가뜩이나 좋지 않은 세입여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이례적으로 대폭 삭감된 연구·개발(R&D) 지출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에 대한 재정투자가 부족하여 중기적으로 미래 성장기반이 걱정될 지경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세입 측면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감세정책이 2023년을 넘어 새해 벽두부터 연일 발표되고 있다. 2022년 세법개정안을 통한 감세조치는 법인세율 인하, 가업상속 지원,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 증권거래세 인하,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하와 공제폭 확대 등 매우 넓고 크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총감세규모가 약 64조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년에도 콘텐츠/연구·개발/시설투자 세액공제, 반려동물 진료 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폭 확대 등의 감세조치가 연이어 도입되었다. 이 역시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계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총감세규모가 약 4조8000억원에 이른다. 2023년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투자 및 연구·개발 등 세액공제 확대의 감세효과는 계산하지도 않은 수치이다. 또한 202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겠다는 대통령의 발표도 있었다.
통상 자산에 대한 과세는 ‘낮은 거래세율, 높은 보유세율’ 원칙이 많은 경제학자들에게 지지되고 있다. 그런데 증권거래세(거래)도 낮추고 금융투자소득세(보유)는 아예 폐지한다는 것은 원칙에도 맞지 않고 특정계층에 유리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또한 정부가 매년 놀랄 만한 감세조치를 쏟아내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4월10일 총선을 앞두고 치밀한 재원확보 계획 없이 쏟아내고 있는 정치권의 멋진 공약발표는 매우 그로테스크하다. 너덜너덜해진 세입기반과 감세정책으로 건전재정은 고사하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은 큰 도전을 받고 있다.
2024년 한국경제는 이러한 불확실성과 재정압박에 직면하여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책적 대안 모색이 시급한 상황이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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