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질석방·두달 휴전 제안…하마스 수뇌 가자탈출 제의도"(종합)
이스라엘측 "수일 내 진전 볼 수 있다" 조심스레 낙관
CNN "하마스 지도부 떠나보내 가자 장악력 약화·승전 홍보"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권수현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인질을 단계적으로 전원 석방하는 조건으로 최장 2개월간 교전을 중단하는 협상안을 하마스에 전달했다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측이 카타르와 이집트의 중재자들을 통해 하마스에 이 같은 안을 제시했다고 이스라엘 당국자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이번 제안은 인질을 ▲민간인 여성·60세 이상 남성·건강 악화가 심각한 사람 ▲ 여군, 60세 이하의 민간인 남성 ▲남성 군인과 사망 인질 시신 등으로 나눠 단계적으로 석방하는 안을 담았다.
이에 상응해 이스라엘은 단계별로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들을 일정 비율에 따라 석방하게 된다. 현재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인질은 130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밑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참모인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이 21일 이집트를 방문했으며, 이어 카타르도 찾을 예정이다.
현재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의 답을 기다리고 있으며, 수일 안에 진전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11월 24일 인질과 수감자 교환을 조건으로 일시 휴전을 했지만 7일 만에 종료했고 12월 1일부터 교전을 재개했다.
이스라엘이 더 광범위한 교전 중단 협상의 하나로 하마스 고위 지도자들의 가자지구 탈출을 허용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CNN방송은 해당 사안에 정통한 당국자들을 인용해 두 차례에 걸쳐 하마스 지도자들 탈출 허용안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 방안은 지난달 다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이 빌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인질 석방 협상을 할 때 제기됐고, 이어 이달 초 토니 블링컨 미국 외무장관이 카타르 도하를 방문했을 때 다시 논의됐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해당 논의 과정에서 가자지구 탈출을 허용할 하마스 지도자들을 따로 지명했는지는 불분명하다.
CNN은 이스라엘이 최우선 제거 목표로 삼은 가자지구 내 하마스 최고위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비롯해 그의 심복인 무함마드 데이프 알카삼 여단 사령관, 마르완 이사 부사령관 등을 이 제안의 잠재적 대상으로 거론했다.
이 매체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그간 공언해온 목표인 '하마스 소탕과 인질 석방'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스라엘 국민에게서 모종의 결단을 내리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은)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과 인질을 데려오라는 "엄청난 압력"이 합쳐져서 하마스 지도자들에게 가자지구를 떠나도록 제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수뇌부를 탈출시키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장악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이달 초 이스라엘이 레바논 베이루트를 공습해 하마스 3인자 격인 살레흐 알아루리 정치국 부국장을 살해한 것처럼 해외에서도 추적을 계속할 수 있으므로 지도자들이 가자지구를 떠나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오페르 셸라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의) 목표는 하마스를 가자지구 통치자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셸라 연구원은 "신와르가 (가자지구를) 떠나거나 죽더라도 누군가 그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므로 큰 차이가 없다. 그에 비해 만약 인질을 모두 데려오고 신와르가 (가자지구를) 떠난다면 이스라엘인 대부분은 전쟁에서 이겼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미국 당국자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신와르와 측근들은 가자지구를 떠나기보다는 이스라엘과 싸우다 죽는 쪽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알사니 총리도 블링컨 장관에게 이스라엘의 이런 제안이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다만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모두 석방하기로 합의한다면 신와르가 (가자지구를 떠나라는) 제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 5개 아랍 국가가 이스라엘에 제안할 중재안이 구체화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 중재안은 이스라엘 포로 석방을 대가로 한 종전안과는 별도로 추진되는 것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을 전제로 하는 '두 국가 해법'을 최종 목표로 한다.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에 대해 이스라엘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 시 이스라엘과 수교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이스라엘을 설득하기 위해 아랍 국가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jhcho@yna.co.kr,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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