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권리 침해’… 이주 노동자 매일이 고통·불안 [집중취재]

김기현 기자 2024. 1. 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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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약 3.3건… 임금체불 등 기본권 박탈
정부, 올해부터 외국인 근로자 추가 투입
고용절차 대폭 완화 등 시행될 예정이나
노동관계법 위반 관련 별다른 대책 없어
고용부 “권리 보장 위해 다각적 노력할 것”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 내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당장 올해부터 정부의 외국인 근로자 추가 도입과 고용 절차 완화 정책마저 시행될 예정이어서 서둘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20~2022년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반등세다. 지난 2020년 203만6천75명이었다가 2021년 195만6천781명으로 약 3.89% 감소한 뒤 2022년 들어 224만5천912명으로 약 14.8% 증가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관련 고강도 방역수칙이 점차 완화되면서 일상이 회복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일러스트=유동수 화백

같은 기간 취업 자격 체류 외국인 수도 비슷한 양상을 나타낸다. 2020년 45만2천297명에서 2021년 40만6천669명으로 10.1%가량 줄었다가 2022년 44만9천402명으로 10.5%가량 다시 늘어났다.

하지만 그동안 경기도내 외국인 근로자들은 매해 약 1천214건, 매일 약 3.3건에 걸쳐 제때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등 근로자로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찾지 못했다. 정부가 최근까지 연 2회씩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에 대한 정기점검을 벌여 왔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부터 국내에 16만5천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산업현장에서 불거지고 있는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는 2년 만에 2.4배로 늘어난 수치다. 정부는 2022년 6만9천명에서 지난해 12만명으로 외국인 근로자 국내 투입 규모를 확대한 바 있다.

정부는 또 지난해 11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여기엔 ▲내국인 구인노력 기간 단축·면제 ▲외국인 근로자 재고용 허가 요건 완화 ▲사업장 변경 처리기한 설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절차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국내 외국인 근로자들은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을 대상으로 ▲고용허가 ▲근로기준 ▲산업안전 등 3개 분야를 통합 단속하는 내용의 ‘특화점검’을 추가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검토 중이긴 하지만, 여전히 내부 논의 단계에 머물면서다.

이를 두고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가 임금 체불 등 권리를 침해받는 경우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을 늘리는 데 급급할 경우 더 많은 피해를 부를 수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를 늘리는 만큼 외국인 권리 보장 방안을 마련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가 임금 체불 등 권리를 침해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외국인 근로자가 대폭 확대되는 만큼 권리 보장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제언 “외국인 근로자 외면?…국격 실추 등 다양한 부작용 우려”

박형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본부장. 본인 제공

전문가들은 해마다 노동관계법을 위반하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 연쇄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국내 근로 문화가 저해되고, 국격이 실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은 등한시한 채 기업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에만 몰두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만큼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관련 법 교육은 물론, 단속 및 처벌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박형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본부장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도 임금을 체불하는 등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늘고 있는 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우리나라 인권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근로자라는 이유로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문화는 국제노동기구(ILO) 조약 등 국제 기준, 국내 인권 가이드라인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이를 고려하면 상대국으로부터 제소를 당할 위험도 크다고 박 본부장은 설명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외국인이 피해를 당해도 피해 여부와 대처법을 알지 못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며 “기본적인 단속은 물론, 외국인 근로자 입국 시 기본적인 노동관계법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본인 제공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아직까지 근로 현장에 법치주의를 뿌리내리지 못한 채 인력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의 수요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외국인 근로자 인권 침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격이 실추되는 등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안 좋아질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근로 조건 전반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간접적으로는 내국인 근로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인 대책은 결국 철저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 지도·점검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기존의 형식적인 관행을 타파하고, 적극적인 근로감독 행정을 펼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명예교수는 “현재 정부가 기업들의 필요에 맞는 정책만 펴다 보니 공무원들도 눈치를 보는 등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킬 수 있게끔 근로감독 행정만 제대로 작동하면 대부분 문제는 해결된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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