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일본은 원전을 버려라
1월1일 일본 이시카와현의 노토반도에서 진도 7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230여명, 피난민은 1만7000명을 넘어섰다.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 피난소 등에서 건강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가뜩이나 자연재해 피해가 심각한데 우리는 한 가지를 더 걱정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소는 괜찮은가’라는 점이다. 노토반도에는 호쿠리쿠전력의 시카 원전 1·2호기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동을 중단한 상태지만, 사용 후 핵연료는 원전 내 수조에 그대로 보관돼 있다. 원전 부지 내는 진도 5강이라 주변에 비해 흔들림이 적었을 텐데도 말썽이 잇따랐다. 지진 당시 수조에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물이 420ℓ가량 넘치고, 변압기에서 새어나온 기름 일부가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가장 큰 문제는 강진 직후 외부에서 들어오는 전원 5개 회선 가운데 2개가 끊어진 것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후쿠시마 제1원전의 전원이 모두 끊기는 바람에 원자로를 냉각시킬 수 없어 멜트다운(노심용융)이 일어났다. 만약 시카 원전이 지진 당시 가동 중이었다면 고온 상태의 원자로가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호쿠리쿠전력은 그동안 끊임없이 원전 재가동을 추진해왔다. 재계도 이를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지난해 11월에는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의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이 시카 원전을 시찰한 후 “한시라도 빨리 재가동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위태로운 타이밍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지진을 돌이켜보며 나를 더욱 아찔하게 만든 것은 이번 지진의 진원지인 노토반도 북단 스즈시에도 원전 건설 계획이 추진됐었다는 사실이다. 1970년대 이후 건설 계획이 마련됐지만,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운동에 부딪혀 2003년 최종 무산됐다. 당시 반대운동의 선두에 섰던 사람이 기타노 스스무다. 그는 원전 건설을 막기 위해 1989년 스즈시장 선거에 입후보했다가 낙선했지만, 이후에도 이시카와현 의원으로서 이 지역의 원전 건설 계획을 계속 저지해왔다.
기타노는 1월1일 지진 때 마침 시외에 있는 친척 집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지진 며칠 뒤 집 안을 살피러 가려다 보니 도로 곳곳이 함몰되고 산사태가 일어나 2시간 거리를 6~7시간 걸려 돌아가야 했다. 그의 집은 다행히 지붕 기와가 무너지는 경미한 피해로 끝났지만, 이웃 중에는 완전히 붕괴된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많았다. 기타노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 원전이 있었다면, 그 피해는 후쿠시마 제1원전보다 컸을 겁니다.” 스즈시에 원전이 신설되지 않고, 시카 원전도 지진 당시 정지해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불행 중 다행이었다.
“문제는 이게 끝이냐는 거예요. 스즈시에서는 지난해 5월에도 진도 6강의 지진이 관측됐습니다. 이번 지진으로 다음 대지진 카운트다운이 이미 시작됐을지도 모릅니다. 시카 원전의 재가동을 허용해선 안 됩니다. 한시라도 빨리 폐로해야 합니다.” 기타노는 시카 원전 재가동 금지를 요구하는 주민소송에서 원고단 대표를 맡고 있다.
‘지진 대국’인 일본은 원전이라는 선택지를 버려야 한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라며, 해당 지역 주민에게 심각한 위험을 떠넘기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지금 일본이 주력해야 할 것은 원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다.
마키우치 쇼헤이 전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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