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조세 정의에 어긋난다

기자 2024. 1. 2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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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에 관한 여야 간 합의를 깨고 금투세 도입 백지화를 발표했다. 금투세 시행으로 내년부터 원칙적으로 과세 대상에 들어올 개미(개인투자자)들은 환영 일색이다. 일부 야당 지지자들조차 대통령의 이번 발표를 지지한다. 세금 내는 것을 반길 사람은 없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그런데 마냥 좋아만 해도 되는 걸까?

회사원들이 버는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꼬박꼬박 소득세를 내게 하고, 주식 매매로 버는 돈이라면 10억원이든 300억원이든 상관없이 소득세를 일절 매기지 않는 것이 공정한가? 초등학생도 아니라는 걸 안다. 물론 일부 근로소득자 스스로 주식으로 버는 돈에서는 세금을 떼지 말자고 요구한다. 주식시장을 ‘공동면세구역’으로 만들어 거기서는 세금 없이 돈 좀 많이 벌어보자는 거다. 금투세는 주식 양도차익에서 5000만원을 뺀 금액에 과세한다. 2020년 당시 기획재정부는 주식으로 한 해 5000만원 넘게 버는 개인투자자를 약 15만명으로 추산했다. 2022년 말 기준 개인투자자는 1424만명이다. 결국 주식으로 돈 벌어 세금 낼 사람은 100명 중 1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법안 마련 당시 공제액이 너무 커 금투세를 부담할 사람이 극히 적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었다.

근로소득자 중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2022년 33.6%)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꾸준하다. 국민개세주의를 앞세워 저임금 근로자도 세금으로 10만원 정도는 부담해야 공정하다고 한다. 총급여가 1000만원, 월급으로 따지면 83만원 이하를 버는 사람들은 내는 소득세가 없다. 2022년 한 종목에서 7억원(평균)을 매매차익으로 남긴 거래가 상장주식에서 369건, 21억원을 남긴 거래는 402건이 발생했다. 월급 83만원 받는 사람도 세금 내는 것이 공정이라면서 수억, 수십억원 버는 사람에게 세금 한 푼 매기지 말자는 게 도대체 앞뒤가 맞는 건가?

많은 사람은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으면 그만큼 개인이 부담할 세금이 줄어들 걸로 믿는다.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다. 통상 한쪽의 세금을 줄이면 다른 쪽에서 세금을 늘려야 한다. 풍선처럼 말이다. 재정지출을 줄이면 되지 않냐는 반문도 있겠지만, 나라 살림의 특성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올해 예산(총지출)은 656조6000억원으로 작년(638조7000억원·본예산)보다 2.8% 늘었다. 지금 정권이 ‘작은 정부’를 지향하기에 각종 사업 날리고 삭감해서 그나마 저 정도밖에 늘지 않은 것이다. 국가재정에는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전년도 세수 결손이 59조1000억원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올해 세수는 작년보다 39조1000억원 적게 들어올 것으로 분석된다. 좋든 싫든 증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식 양도에 매긴 세금은 5조원, 그중 상장주식 분은 1조7261억원이다(2022년). 작년 대주주 요건 완화로 올해는 대폭 줄어들 판이다. 기재부나 국회예산정책처는 당초 금투세 시행으로 2025년부터 3년간 연평균 약 1조3000억원의 세수 증가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투세를 폐지하면 들어올 세금이 줄어드니 어디에선가 메꿔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고소득층의 세금은 줄고 그만큼 다른 계층이 나눠 부담하는 ‘세 부담의 역전’ 내지 ‘재분배’가 일어날 수 있다. 매매차익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부과하는 증권거래세는 금투세 도입에 맞춰 폐지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금투세를 시행하지 않으면 증권거래세를 남겨놓을 수밖에 없다. 주요 선진국 중 주식양도세와 증권거래세 둘 다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저소득층이나 중간소득 계층의 소득세 인상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금투세 폐지가 부자 감세가 아닌 1400만 투자자 감세라 강조한다. 말장난이다. 금투세 폐지는 조세 정의에 정면으로 맞서는 개악에 지나지 않는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조세법

김현동 배재대 교수·조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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