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0억 들여 복원한 힌두사원…알고보니 본인 출정식 무대 ‘셀프준비’
2900억원 들여 초호화로 복원
힌두·이슬람 오랜 분쟁 지역
32년전 무슬림 2천명 희생된곳
개관식에 전세기 80대나 동원
사실상 총선 출정식 무대로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디 총리가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에 건립중인 힌두교 사원 ‘람 만디르’ 1단계 개관식에 참석하면서 힌두민족주의 물결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사원은) 2014년부터 인도를 통치해온 모디 총리의 BJP가 세번째 임기를 위해 시작한 핵심프로젝트”라며 “힌두교의 바티칸이라 불린다”고 밝혔다.
람 만디르 사원은 인도 정부가 2900억원을 들여 16세기에 무너진 힌두교 사원을 재건축한 곳이다. 완공시점은 내년 12월이다. 인도정부는 람만디르 사원이 완공되면 매일 최대 15만명이 찾는 인도 최대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으며 실제 이 사원을 위해 공항과 기차역을 새로 지어 오픈했다. 사원 주변에 래디슨, 타지 등 유명 브랜드의 호텔도 건설중이다. 약 15억명에 달하는 인도인구 중 80%는 힌두교이며 15%는 무슬림이다.
또, 지역 곳곳에는 힌두교 신과 모디 총리의 입간판이 나란히 세워지면서 사실상에 선거운동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행사는 전국으로 생중계됐으며 정부는 이날 모든 관공서의 반일 휴무를 발표했다. 주식시장도 열리지 않았다. 모디 총리는 “오늘 수 세기의 기다림 끝에 람 신이 도착했다”며 “람 만디르 사원은 분쟁이 아닌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총리에 올라 2019년 연임에 성공했다.
CNN은 “이번 개관식은 모디의 선거 캠페인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람 만디르는 이 나라를 힌두 국가로 변화시키려는 모디의 꿈을 실현한 것”이라 분석했다.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한 정치평론가 프리트비 다타 찬드라 쇼비는 “총리가 마치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황제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문제는 1528년 인도를 지배한 무굴제국이 힌두교 사원을 허물고 이슬람 모스크를 세우면서 발생했다. 이후 이 지역에서는 지난 500년간 힌두교와 이슬람교간에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1992년 모디 총리의 정당이자 힌두민족주의를 내세운 인도국민당(BJP) 선거에서 제1당에 오르면서 종교문제가 화두로 떠올랐고, 당시 힌두교도 20만명은 이슬람교도 2000명을 죽이고 아요디아의 모스크를 파괴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NYT는 “모디 총리가 힌두교도들이 이슬람교도에 대한 폭력사건에도 처벌받지 않은 선례를 남긴 곳에 참석한 것”이라며 “람 사원은 모디 총리가 인도에 힌두교 패권을 확립하는 최고의 업적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인도역사학자 카필 코미레디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모디 총리와 인도국민당이 헌법상 모든 종교를 동등하게 모시는 세속 공화국인 인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며 “모디를 중심으로 인도 국교로서의 힌두교 대관식이 열린 것으로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자, 인도에는 슬픈 일”이라 지적했다.
인도 야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모디 총리의 최대 경쟁자인 라훌 간디 전 인도국민회의(INC) 총재는 “모디 총리가 완전히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간디 전 총재는 인도 독립의 아버지인 마하트마 간디와 국부로 추앙받는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 가문의 4대손으로 ‘정치 황태자’이자 유력한 차기 총리로 거론되고 있다.
야당인 전인도이슬람교연맹이사회의 아사두딘 오와이시 의원도 “이스람 모스크가 매우 체계적으로 약탈당했다”며 “1992년에 파괴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같은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 전했다.
가디언은 50만명에 달하는 야요디아 무슬림들은 개관식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2년 사태가 재발할 수 있고, 힌두교도들에 의해 사실상 추방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개관식이 열린 당일 이슬람주민 절반가량이 집을 비우고 피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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