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6 대 1’로 더 기운 방심위, ‘방송 검열단’ 완장 찰 건가

2024. 1. 2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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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대통령 추천 몫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궐위원 2명을 새로 위촉했다. 닷새 전 해촉안을 재가한 김유진·옥시찬 방심위원의 후임이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해 10~11월 국회의장이 추천한 방심위원 2명은 위촉하지 않았다. 이로써 여야 4 대 3 구도였던 방심위가 여야 6 대 1 체제로 바뀌면서 압도적인 여권 우위 구조가 짜였다. 윤석열 정부가 방심위를 ‘방송 검열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한 인사다.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 등으로 파행을 빚어온 방심위의 폭주가 제동 불능 상태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 추천 몫인 김·옥 위원은 최근 청부민원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항의하다 지난 17일 해촉됐다. 야권 추천 위원 두 자리를 장기간 공석으로 둔 채 대통령 몫 위원들만 서둘러 교체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노골적인 편파 인사다. 방심위의 여야 합의 구도는 안중에도 없는 비상식적 처사다.

윤 대통령은 불과 반년 만에 여야 3 대 6 구도를 6 대 1로 뒤바꿨다.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에서 위촉된 정연주 전 위원장을 해촉하고 류희림 위원장을 앉힌 게 시작이었다. 방심위원 9인은 대통령·국회의장·국회가 3인씩 추천해 대통령이 위촉하고 통상 여야 6 대 3 구도를 이뤄왔는데, 윤 대통령이 단기간에 여권 절대 우위를 구축한 것이다. 유일하게 남은 야권 위원마저 6 대 1 구도에서 거수기 역할은 의미 없다면서 심의·회의 참석 중단을 선언했다. 방심위 논의 체제가 마비되고 일방통행만 남은 셈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방심위의 여권 편중 구도를 만들어놨으니 정치적 독립·중립성에 입각한 공정한 심의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여당 일색이 된 방심위가 윤 대통령의 2022년 미국 순방 과정에서 불거진 MBC의 ‘날리면-바이든’ 보도에 대한 심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정권 입맛에 맞는 편파적인 심의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 자명하다.

류희림 체제의 방심위는 가짜뉴스 심의를 내세워 비판언론 탄압에 앞장서는 등 무리수를 연발했다. 청부민원 의혹에는 입을 닫은 채 적반하장으로 제보자 색출에만 혈안이 됐다. 이제 여권 일방 구도로 바뀌면서 청부민원에 대한 문제제기마저 묻힐 판이다. 논의와 심의의 잣대가 정부·여당 쪽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져 있는 방심위는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권력만 좇는 불공정·편향 방심위라는 오명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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