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오영훈 지사 ‘선거법 위반 유죄, 90만 원’ 판결의 의미는?

김익태 2024. 1. 2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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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오영훈 지사가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지만 가까스로 당선무효형을 면했다는 소식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이번 재판의 의미와 파장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기소된 지 1심 선고가 나오기까지 1년 2개월이 걸렸습니다.

오 지사는 비록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10만 원 차이로 살아났습니다.

[기자]

벌금 100만 원을 기준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뒤집을 수 있는 이 선거법 조항을 놓고 논란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악법도 법인 이상 선거법 재판의 최대 관심사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이냐에 쏠리게 마련이죠.

1심 재판부는 오영훈 지사에 대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것은 맞는데, 선거 결과를 바꿀만한 사안은 아니었고,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 역시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그렇지만, 오 지사의 경우 이미 선거법에서 유죄를 받은 전력이 있지 않습니까?

이번 판결에 이 점은 큰 변수가 되지 않은 것 같네요?

[기자]

이번 재판에 오 지사에게 불리한 점이 몇 가지 있었죠.

그중 하나가 선거법 전과였습니다.

2016년 총선 당내 경선과정에서 이른바 '역선택'을 유도한 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여기에다 이번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는 점에서 만약 유죄로 인정될 경우 가중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1심 판결 결과를 보면 재판부는 이 두 가지 변수를 크게 염두에 두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정도 사안을 놓고 기소한 검찰에 대해 비판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오 지사에게 '1년 6월'을 구형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1심 선고 결과는 검찰에게 충격이었을 겁니다.

"무리한 기소"였다는 평가가 당연히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징역의 집행유예형과 벌금 500만 원까지 선고되지 않았습니까.

재판부 역시 이번 사건을 그리 가볍지 않다고 본 겁니다.

때문에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 역시도 힘을 얻기 어렵게 됐습니다.

[앵커]

선거법을 위반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오 지사의 가담 정도를 검찰이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했다고 평가해야겠군요.

[기자]

네. 그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검찰에게 가장 뼈아픈 대목일 겁니다.

검찰은 최대 쟁점이었던 협약식과 관련해 오 지사 측에서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주장했죠.

그렇지만, 재판 중에 그 모의 시점을 2022년 3월에서 5월로 변경하는 등, 허술하게 대응했습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오히려 급조된 행사였다는 측면이 더 부각됐죠.

재판부는 이에 대해 형사재판에서 그랬을 것 같다는 추측으로는 안 되고, 합리적 의심없이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검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오 지사는 기소된 6개 항목 중에서 사전선거운동만 유죄를 받았을 뿐, 나머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나 지지선언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받았습니다.

반면 정원태 제주도 중앙협력본부장과 김태형 제주도 대외협력특보는 각각 벌금 500만 원과 400만 원이라는 선거법치고는 높은 형량을 받았는데요.

사전선거운동은 물론 지지선언 관련해서도 가담 정도가 높다며 유죄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앵커]

오 지사가 협약식을 사전선거운동으로 활용했고 그 행사 비용을 단체에서 대신 내줬다며, 자연스럽게 정치자금법도 유죄가 되는 건 아닐까, 이런 상식적인 의문도 들 법한데요?

[기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재판부는 사전선거운동죄는 인정했지만, 적극적인 공모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지 않았습니까.

그 맥락에서 이해하시면 될 텐데요.

오 지사와 협약식 비용을 대신 낸 단체 대표 사이에 공모 증거가 없다고 봤기에 재판부는 이 점에서 오 지사에 대해 무죄라고 판결했습니다.

[앵커]

또 하나 궁금증이 있는데, 지지선언을 놓고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습니까?

그동안 선거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런 행위를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한 근거는 뭘까요?

[기자]

개인적으로는 저도 의외라고 생각한 부분인데요.

재판부는 이 점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했습니다.

지지 선언 주체가 불분명했고, 지지선언문 초안이 실제로 존재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의사 형성 과정이 부실한 것은 물론, 지지 선언을 주도한 사람이 경선 사무소의 내부자이거나 이에 준하는 사람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는 오 지사에게는 무죄, 두 명의 특보에 대해서는 공모와 모의 사실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앵커]

선거법 재판의 최대 관심사가 재선거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유죄를 받긴 했지만 결국, 오 지사의 판정승이라고 1심을 평가해도 될까요?

[기자]

결론만 보면 그렇게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하지만 오 지사 역시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본인도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물론, 자신의 최측근 2명 모두 중형을 선고받았죠.

선거법상 이들도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공무원직을 잃게 됩니다.

여기에 1심 재판을 1년 이상 끌어오면서 제주도정 운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거든요.

결과론이긴 하지만, 이 정도 판결을 기대했다면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재판을 장기화하기보다, 차라리 일부 유죄를 인정하는 재판 전략을 쓰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평가도 나오는 이윱니다.

[앵커]

이게 재판의 끝은 아닙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겠죠?

[기자]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그렇게 예상됩니다.

선거법에 따라 항소심과 상고심 모두 3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합니다.

따라서 조금 늦어지더라도 확정 판결은 올해 하반기쯤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으로 남은 재판에서 검찰은 오 지사가 가담한 정황에 대한 사실관계를 증명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오 지사 변호인 측은 이 부분에 대한 방어와 함께 협약식을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또는 통상적인 정당 활동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법리 논쟁으로 이끌고 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앵커]

이번 1심 재판이 제주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크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도지사 재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당장 닥친 총선에서 큰 변수 하나가 사라지게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주도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재판을 1년 이상 끌어온데다, 유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제주도정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평가들이 많았거든요.

어쩌면 오 지사 입장에서 보면 제주도정을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잖아도 최근 정무부지사 사퇴 과정에서 제주도정의 정무라인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는데, 1심 재판 결과를 쇄신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커 보입니다.

[앵커]

최종 선고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1심 재판을 계기로 변화하는 제주도정을 기대해보겠습니다.

친절한K,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죠.

김익태 기자 (ki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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