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거꾸로 가는 ‘산림청 숲 가꾸기’
지난해 말 KBS가 방영한 <시사기획 창>의 ‘녹색 카르텔’ 편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근래 들어 더 빈번해진 대형 산불에는 단지 기후변화만이 아니라 ‘산불이 돈이 되는 시스템’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산불 이후 산림 복구를 이유로 멀쩡한 활엽수까지 집단 벌목해 큰 이익을 남기고, 그 자리에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를 심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건설되는 임도가 대규모 산사태로 이어지는 일도 심각하다. 이런 일이 별다른 제어 없이 일어나는 이유는 최근 5년간 산림청의 관련 계약 전수조사 결과 확인된 1조원이 넘는 수의계약 규모를 보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수주 업체들은 산림청 퇴직 관료들이 기관장으로 가는 산림조합과 산림청 산하 특수법인들이다.
산림청은 산불 피해지에서 나무를 심지 않고 자연복구한 곳도 절반 이상 되며, 나무를 심은 경우 활엽수 비율도 39%나 된다며 ‘관행적으로 집단 벌목한 자리에 침엽수를 심어 복구한다’는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다만 산림 사업의 수의계약 비중이 과다하다는 지적에는 부인하지 않으며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언론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카르텔 의혹이지만, 수사기관이 이를 수사하고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경향신문이 23일 보도한 경북 문경새재도립공원 주흘산 케이블카 설치 과정에서 또 한번 그 ‘녹색 카르텔’을 떠올리게 된다. 문경시가 2022년 7월 이 사업을 처음 추진할 때만 해도 환경영향평가에 어려움을 겪었다. 주흘산 정상부 숲이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보전 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문경시는 2023년 1월 주흘산 정상부 숲에 대해 산림청 숲가꾸기 사업을 유치해 진행했다. ‘미세먼지 저감 공익숲 가꾸기 사업’ 명목이었다. 그런데 사업의 구체적 내용은 숲의 나무들을 일정 비율로 베어내는 것이었다. 그 후 문경시는 국립생태원으로부터 생태자연도 2등급 판정을 받아냈고,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케이블카 공사에 착수했다.
만약 정부기관의 어떤 사업들이 산불·산사태 발생을 조장하고, 숲의 생태 파괴를 가져온다면 우리는 그것을 더 이상 ‘숲가꾸기’라는 이름으로 불러서는 안 될 것이다.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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