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불신의 시대에서 발굴한 연대의 사상

박영서 2024. 1. 2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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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사회에 불신과 혐오가 만연해졌다.

아즈마 히로키(東浩紀)는 이 '현실의 곤경'과 '사상의 곤경'을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타자(他者) 철학'을 정립하려 한다.

그의 사상은 여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현대 사상과 서브컬처, 정보사회론 등을 종횡하며 사상의 외연을 확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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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마 히로키
한송희 지음 / 컴북스캠퍼스 펴냄

각자도생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사회에 불신과 혐오가 만연해졌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라'는 전통 인문 사상도 갈수록 힘을 잃고 있는 실정이다. 아즈마 히로키(東浩紀)는 이 '현실의 곤경'과 '사상의 곤경'을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타자(他者) 철학'을 정립하려 한다. 연대와 결속이 해체된 상황에서 어떻게 그는 다시 연결을 창조할 수 있을까. 그의 사상은 여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아즈마는 일본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이며 소설가다. 현대 사상과 서브컬처, 정보사회론 등을 종횡하며 사상의 외연을 확장해 왔다. 특히 '오타쿠'라는 현상을 통해 현대를 분석한 문화평론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아즈마는 1971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학교 교양학부 과학사·과학철학 분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이 주재하던 비평지 '비평 공간'에 '솔제니친 시론'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2002년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게이오의숙대학교, 고쿠사이대학교, 도쿄공업대학교, 와세다대학교 등에서 교수를 지냈다. 지난 2013년 대학을 떠나 잡지 '겐론(言論)'을 발행하는 출판사 '겐론'의 대표 겸 편집장으로 있다. 한국에서 번역된 저서는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관광객의 철학', '퀀텀 패밀리즈' 등이 있다.

책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에 대한 해설에서 출발해 오타쿠론(論)으로, 다시 관광객론과 정보환경론으로 이어져 온 아즈마 사상의 궤적을 좇는다. 원자화된 문화소비자인 '오타쿠'를 통해 본 포스트모던 사회 구조, 세속적이고 무책임하되 새로운 연결을 창조해 내는 주체인 '관광객'의 가능성, 21세기 정보환경에서 공공성을 재구성하는 데 이바지할 '일반의지 2.0' 개념의 함의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날로 원자화하는 현실에 대해 냉철한 판단을 내리고, 소통 환경 변화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바탕으로 철학과 비평의 쓸모를 천착해 온 아즈마 사상의 요체를 독자들은 책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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