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취임 후 국민의힘 ‘원톱’ 7번 교체… 20년지기 한동훈은? [이슈+]

조성민 2024. 1. 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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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당대표부터 한동훈 비대위원장까지
‘8번째 수장’ 韓 취임 20여일만에 사퇴압박
野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정치 중립 위반”
유승민 “또 개싸움”…이준석 “약속 대련”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충돌하며 당정관계 난맥상이 드러났다. 특히 이번엔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사퇴 요구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무 개입 논란은 더욱 커졌다. 23일 오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 현장을 방문해 함께 점검하며 총선 전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는 모습이다. 다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어 향후 한 위원장 거취를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과 여당 대표간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8개월여 동안 국민의힘 지도부를 이끈 ‘원톱’은 7번 바뀌었다. 이준석 대표,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권한대행,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김기현 대표,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순이다. ‘8번째’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26일 취임한 후 아직 한달을 채우지 못했다.

◆尹 취임 두 달만 징계 이준석…SNS 사퇴 김기현

대선 승리를 함께한 이준석 전 대표는 윤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윤리위 징계를 받았다. 2022년 7월8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 대표의 성비위 의혹 관련 증거인멸교사 건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어 같은해 10월7일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향해 ‘양두구육’ 등 용어를 사용한 것 등을 사유로 당원권 정지 기간을 1년 더 늘리는 추가 징계를 결정했다.

이 사이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겨냥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말한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며 논란이 됐다. 국회사진기자단이 2022년 7월26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겸 원내대표의 휴대전화 화면을 촬영한 사진에 따르면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했다. 이 전 대표 당원권 정지로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결국 21일 만에 물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왼쪽),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윤 대통령 취임 99일째인 2022년 8월16일 ‘주호영 비대위’가 출범했다. 그러나 비대위 출범 10일 만에 법원이 이 전 대표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자, 국민의힘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새 비대위 출범을 주도하기로 했다. ‘도로 권성동 체제’는 같은해 9월8일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가 새로 출범하며 정리됐다.

김기현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전당대회에서 ‘윤심’을 등에 업고 승리했지만, 대통령실의 총선 불출마 요구를 ‘거부’하다 사퇴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13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표직 사퇴를 밝혔는데, 당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사퇴를 발표하는 것은 ‘초유의 사태’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 대표 사퇴 이틀전 대통령실은 ‘당 대표직은 유지하되, 총선 불출마를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공식 일정을 다 취소하고 장고에 들어간 지 이틀 만에 전격 사퇴했다. 대통령실 메시지와 정반대로 움직이며 ‘마지막 반발’ 후 떠난 셈이다. 김 대표가 사퇴한 후 국민의힘은 윤재옥 권한대행 체제를 거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직행했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뉴스1
◆대통령실 “당무개입 없다” 반복…野 “노골적 개입”

윤 대통령과 ‘20년지기’로 알려진 한 위원장은 최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다른 메시지를 내놓으며 사이가 틀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당선인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이 의원들 단체 대화방에 김 여사 사과 문제와 관련한 글과 ‘대통령실발 사퇴론’ 언론 보도 내용을 잇따라 올리며 한 위원장을 직격한 것이 단적인 예라는 해석이다. 친윤계는 “정치 공작의 피해자인 김 여사가 사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 등을 고리로 한 위원장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당무개입은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지만, 야당은 ‘대통령 정치 중립의무 위반’ 등으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선거, 총선과 관련해 이렇게 노골적이고 깊숙하게 개입한 사례가 있었나”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정부 여당은 ‘윤심’, ‘한심’ 이렇게 나눠 싸울 게 아니라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며 “정말 정부 여당에 미안한 말씀이나 한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본인 입으로 확인해줬다”며 “이는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정치 중립 위반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 검토를 거쳐 조치할 것이 있으면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최고위원 회의에서 “윤석열 아마추어 정권이 공당인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김기현에 이어 한동훈 위원장까지 내쫓는다면 이는 당무 개입이자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며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SNS에서 “주말 밤에 이건 또 무슨 막장 드라마인가”라며 “대통령 자신이 만든 김기현을 내쫓고 직속부하 한동훈을 내려꽂은 지가 한 달도 채 안됐는데 또 개싸움이냐”라고 꼬집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애초에 기획으로 본다”며 “약속 대련”이라고 주장했다. ‘약속 대련’은 공격과 방어를 사전에 약속하는 태권도 용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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