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In&Out "염원을 노래하다"…대전에서 만난 '새해진연:조선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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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 우리 조상들이 유구하게 밝혔던 빛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세. 성대한 음악의 잔치를 벌이면서 말일세."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에서는 국악단의 제190회 정기공연이자 올해 첫 공연인 '새해진연:조선의 빛'이 무대에 올랐다.
화려한 미디어아트가 더해져 찬란한 음악 유산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전통음악과 미디어아트의 결합은 우리 민족의 혼이 명징하게 살아 숨쉬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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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무용부터 심금 울리는 합주까지 '새해 잔치'
웅장한 국악과 화려한 미디어아트 체험 기회도
"갑진년, 우리 조상들이 유구하게 밝혔던 빛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세. 성대한 음악의 잔치를 벌이면서 말일세."
지난 19일 오후 7시 30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에서는 국악단의 제190회 정기공연이자 올해 첫 공연인 '새해진연:조선의 빛'이 무대에 올랐다. 화려한 미디어아트가 더해져 찬란한 음악 유산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전통음악과 미디어아트의 결합은 우리 민족의 혼이 명징하게 살아 숨쉬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단원들의 울림과 연주, 움직임에 더해진 영상과 조명은 영화의 한 장면 같이 느껴지기도,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직관적이고 체험적 요소들로 가득했고, 무용과 음악, 미술의 삼박자가 어우러진 무대는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공연 시작을 알린 창작무용 '한밭의 여명'은 태양이 떠오르기 전 여명이 스며든 이른 새해 아침과 닮았다. 조선의 500년 전통이 녹아있는 가인전목단·태평무·화관무 등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작된 안무는 절제된 몸놀림으로 승화됐다.
연등이 날아오르는 뒷편의 미디어아트는 관객들의 소망을 담아 올렸다. 옆자리 어린아이들은 두 손을 맞붙잡고 소원을 빌었다. 그 모습을 본 어른들도 저마다의 새해 염원을 빌었다.
공연을 보기 전까지는 국악에 미디어아트를 어떻게 접목한다는 것인지 의아했다. 그저 조명이 조금 더 화려하겠거니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생각이 바뀐 것은 '경복궁타령'이 시작되면서다. 미디어아트로 경복궁타령의 가사를 보여주고 그것들이 하나하나 쌓아 올려져, 경복궁 담벼락이 완성되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민중의 일상적인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느낌이었다.
"빛을 회복하고자 시작했던 경복궁 재건은 나라의 재정을 더 어렵게 했다네" 왕의 무리한 정책에 세금을 바치고 배를 곯았던 백성들의 모습도 머릿속에 함께 그려지는 듯 했다.
거문고 합주 '도드리'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뒤로 보이는 미디어아트는 벚꽃이 흩날리다 파도가 일렁이고, 나무가 붉게 물들었다. 안개가 걷히고 쌓인 눈은 사계절을 보내고 또 새로운 새해를 맞이하라는 의미 같았다. 연주를 듣는 관람객들은 위로를 경험하고, 아쉬운 한 해를 아름다운 선율에 날려 보냈다.
'처용무'와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은 삿된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 훌륭했다.
처용은 아내의 몸을 범하려는 역신을 보고 호탕하게 맞서 싸웠다. 사람들은 그가 춘 춤을 처용무라 불렀고, 그 춤은 삿된 것을 없애는 강력한 효험이 있다고 믿었다. 심봉사 눈 뜨는 대목에선 확 어두워졌다가 눈이 아리게 밝아지는 조명을 통해 삿된 마음이 맑아지는 과정을 표현했다. 이 장면들은 하나의 '정화수'처럼 다가왔고, 그 웅장함에 압도당할 수 밖에 없었다.
짙은 감동이 옅어질 때 즈음, 또 다시 흥분을 이끌어낸 '판굿과 장구춤'. 신명나게 연주하던 풍물놀이 팀은 느닷없는(?) 텀블링을 선보이며 다채로운 몸동작으로 열기를 북돋았다. 관객 틈에서 등장하는 해태 두 마리는 '선악'을 가리는 듯했다.
옛 것에 이렇게 코끝이 찡했던 적이 있나. 이번 공연은 전통음악이 품고 있는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고, 관객들 저마다의 힘든 마음을 다스리게 했다.
공연이 끝나자 이어진 기립박수가 귓가에 맴돈다. 국악단의 열띤 공연도, 지난 마음을 짊어지고 새로이 나아가는 우리 모습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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