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AI, `그들만의 파티`로 둬선 안된다
"세계 1등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그 어떤 스타트업보다도 변화가 빠르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세계 시가총액 1등 자리를 두고 애플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MS(마이크로소프트)를 보며 드는 솔직한 생각은 '무섭다'다. 그 어떤 기업의 도전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애플은 그 기세에 눌렸다. 13년간 지켜온 '세계 1등 기업'의 왕좌를 일주일간 빼앗겼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지난 12일 순위가 바뀐 데 이어 일주일 동안 그대로였다. 애플의 야심작 '비전 프로' 초기 판매가 호조라는 소식에 22일 애플이 다시 MS를 제쳤지만 위태하다. 현재 두 회사의 시총은 애플 2조9980억달러(약 4004조원), MS 2조9470억달러(3935조)로, 애플이 잠시 맛보고 내려온 3조달러를 눈 앞에 뒀다.
MS는 기업가치가 지난해 61%나 높아지면서 애플을 압도했다. 무기는 인공지능(AI)이다. 앞서 인터넷, 모바일, SNS(소셜미디어) 흐름을 다 놓쳤지만 클라우드 회사로의 변신에 성공한 게 '신의 한수'였다. 클라우드라는 거대 인프라 위에 생성형 AI를 더한 MS는 '공룡의 질주'를 보여주고 있다.
MS 못지 않게 '미친 성장'을 보이는 기업은 엔비디아다. 이 기업의 무기도 AI다. 어느새 메타, 테슬라보다 몸값이 높아진 엔비디아의 주가는 매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시총은 2000조원을 눈앞에 뒀고 5위인 아마존을 바짝 추격하는 6위다. 이 회사 기업가치가 지난 한해 동안만 3배 이상 높아진 것은 AI 열풍 속에 엔비디아 칩이 없어서 못 구하는 귀한 몸이 됐기 때문이다.
MS와 엔비디아는 과거 PC 시대에서 온 기업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인텔과 콤비를 이룬 MS는 당시에도 세계 1등이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특출날 게 없는 그래픽카드 회사였다. 그러나 잘 다져진 경쟁력에다 가상화폐 채굴, AI라는 기회에 연이어 올라타면서 AI 시대 아이콘 기업이 됐다. PC시대엔 조연이었지만 AI시대에는 인텔을 밀어내고 화려한 주연이 됐다.
연초 글로벌 'AI 전장'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밀리는 순간 도태된다'는 절박함은 세계 시총 선두그룹도 한국의 벤처·스타트업과 다르지 않다.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은 10억달러 투자 유치에 나섰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AI반도체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중동에 이어 한국을 찾는다. 삼성, SK의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픈AI과 앤트로픽의 경쟁상대로 꼽히는 캐나다 AI 스타트업 코히어도 최대 10억달러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존은 일본에 향후 4년간 152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구글과 MS는 영국에 각각 10억달러(약 1조3000억달러), 25억파운드(약 4조2000억원)를 들여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로 했다.
기술력과 인재, 자본을 모두 가진 글로벌 기업들이 가뜩이나 얼어붙은 글로벌 투자 자금마저 다 끌어가려는 태세다. 자칫하면 AI가 '그들만의 파티'가 될 분위기다.
삼성이 스마트폰에 AI를 심으며 '손위의 AI' 경쟁에서 치고 나가는 것은 다행이다. K-반도체가 AI 전쟁에서 중요한 무게감을 갖는 것도 안심이 된다.
그러나 빅테크가 '쩐의 전쟁'을 벌이면서 세계 투자자금을 빨아들이는 것은 심각한 위기다. 지난 19일 정부와 국내 기술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인 'AI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기업들은 절박함을 얘기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검색, 메신저, 커머스를 미국과 중국의 소수 플랫폼이 지배하는 데 이어 AI와 데이터 산업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50배, 100배 이상 되는 회사와 싸우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전체가 두 괴물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하나는 다 가진 빅테크,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을 바꿔놓을 AI다. 기업을 앞세우고 정부가 뒤에서 힘을 보태고, 국민 하나하나가 AI를 알고 대응하는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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