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갈등 이틀만에 서둘러 봉합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에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하고 있다. 이날 시장에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도 함께 방문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천'(私薦) 논란 등으로 갈등을 빚은 지 이틀만인 23일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했다.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대통령과 당 대표 간 갈등이 길어지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서둘러 진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식일정 없이 통상업무를 볼 예정이었으나 오전 중 참모들로부터 서천시장 화재 피해상황을 보고받고 직접 현장을 방문했다. 한 위원장도 이날 당 사무처를 순방하기로 했던 일정을 연기하고 급히 서천행을 결정하면서 전격적인 회동이 이뤄졌다. 화재 현장에서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치면서 감싸 안고 악수했다.

특히 두 사람은 현장 점검을 마친 뒤 익산에서 대통령 전용열차에 함께 탑승해 서울로 향했다.

두 사람은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눠 그 내용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 위원장은 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에 대해서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변함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열차 안에서 윤 대통령과) 여러 가지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주고 받고, 길게 나눴다"며 "(사퇴 요구 관련은) 다 전에 이렇게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고, 그런 말씀보다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서로 잘 나눴다"고 전했다. 그는 "저는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4월 10일에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우리 국민들을 더 잘 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사퇴 논란으로 빚어진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정리되지 않은 데다 공천 힘겨루기도 불가피해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