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엔 완전자급제 도입?…단말기 유통 새판짜기 ‘각양각색’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4. 1. 2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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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에 새판짜기 주목
국회선 “완전자급제 전제돼야”
전문가들은 완전자급제 경계
단통법 시행에도 지원금 차별
단통법 폐지 시기상조 지적도
자급제 단말기 활성화 등 주문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정부가 단말기유통법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단말기 유통시장의 새판짜기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2일 민생토론회를 통해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단통법 폐지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단통법 시행에도 초과지원금 횡행, 폐지안 주목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발표 이후 국회에서 계류 중인 단말기유통법 폐지 법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11월 단말기유통법 주요 조항을 삭제하고 기타 내용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 단말기유통법은 단말기를 구입할 때 지급하는 지원금을 고객마다 차별적으로 줄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김영식 의원안은 지원금 차별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단말기유통법이 제정된 이유는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제값 주고 단말기를 사는 고객이 ‘호갱’으로 불리는 차별을 막기 위해서였다. 단말기 출고가를 끌어내리고 통신사 간 요금 경쟁을 촉진하려는 취지도 있었다.

그러나 단말기유통법이 지원금 상한을 규정해 이용자들이 받을 혜택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의원도 “단통법으로 이용자 차별이 방지되기보다 이용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이 축소되는 등 이용자 후생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단통법의 운용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적 문제점을 시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말기유통법이 지원금 차별 지급 행태를 근절한 것도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9년 4월부터 8월까지 조사한 결과 119개 유통점에서 현금 지급, 해지위약금 대납, 할부금 대납, 사은품 지급 등의 방식으로 일부 이용자에게만 공시지원금보다 평균 24만6000원을 초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이 허용하는 수준을 넘어 초과지원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휴대폰 성지’를 찾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다.

국회 “완전자급제 전제돼야”…전문가들 “NO”
국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폐지 법안 발의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명의의 검토보고서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개별 조문들은 이용자 보호·공정한 유통환경 조성 등을 위해 존치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담겼다.

통신사는 통신서비스만 판매하고 고객이 별도로 단말기를 구입하도록 완전한 형태의 자급제가 전제돼야 폐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완전자급제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디지털인프라·서비스연구단장은 과거 보고서를 통해 “이동통신사를 단말기 유통에서 배제한다고 해서 단말기 가격이 인하될지, 과연 그 절감된 유통비용이 요금인하로 이어질지가 불분명하다”며 “이동통신사의 유통 배제가 단말기 유통부문의 경쟁 촉진에 득이 될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당시 “완전자급제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유통경쟁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 해외에서도 그런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통신서비스 신규 가입자들로 이뤄진 ‘신규시장’의 경쟁 수준이 낮거나 장려금 규제 정도가 약할 경우 지원금 규제를 폐지해야 이용자 후생이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회상 강원대 경제·정보통계학부 교수는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을 넘어서는 초과지원금 지급이 허용될 경우 통신사의 총이윤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사회후생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정책은 장려금 상한제로 제시됐다.

정 교수는 “정책 목표가 사회후생 증대에 있다면 장려금 상한제가 효과적일 수 있지만 이용자 후생 증대가 목표라면 단말기 지원금 규제 시 신규시장의 경쟁 정도와 장려금 규제 정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단말기 유통 대책 ‘제각각’…“폐지 시기상조”
가입유형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도록 규제를 완화해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KISDI 연구진(염수현·강인규·박상미·윤도원·최현홍)이 방통위 의뢰로 수행한 연구에서는 “지원금을 통해 (통신사업자) 전환 비용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줄 수 있도록 가입유형에 따른 지원금 차등을 어느 정도 허용해주고 지원금 경쟁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KISDI 연구진에 따르면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용자의 평균 전환 비용은 28만3000원으로 조사됐다.

단말기유통법 폐지 이후 보완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과거 호갱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황태희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논문에서 “가입자 포화 등으로 2014년 이전으로 시장상황이 회귀할 위험이 적다 해도 통신사업자 입장에선 어떠한 명목이든 마케팅 비용을 더 들이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입자별 지원금이 차등 지급돼 보조금을 많이 주는 판매점을 찾아 발품을 팔고 대형 유통망 위주로 이용자 쏠림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우려가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자급제 단말기를 통한 통신서비스 가입을 활용해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 내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 교수는 “단말기유통법을 당장 폐지하는 것은 다소 시기상조”라며 “단말기유통법은 시장에서의 경쟁이나 소비자 후생 증진에 다소 어색한 규제임에는 틀림이 없는 만큼 시장에서의 경쟁 내지는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는 다양한 방안들에 대한 적절한 개선점을 찾아 나가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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