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SI, 일 늘어나면 돈 더 준다

팽동현 2024. 1. 2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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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서비스 발전안 이달중 발표
시스템 장애 재발 방지책 담겨
대기업 참여·유지 보수도 허용
'경쟁적 대화 계약 입찰제' 도입
서울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내 무인민원발급기. [연합뉴스]

정부가 공공SW(소프트웨어) 사업에서 계약보다 일이 늘어날 경우 돈을 더 주는 장치를 만든다. 그동안은 이런 장치가 없어서 기업들이 공공사업에서 밑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또 700억원 이상 공공SW 사업은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에도 참여를 허용하고, 대기업이 구축한 시스템은 유지보수도 대기업이 할 수 있게 문을 연다.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이달 중 관련 내용을 담은 '디지털 행정서비스 발전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방안에는 지난해 11월 정부24 마비 등 잇따른 공공·행정시스템 장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이 담겼다. 정부는 장애 원인분석과 기술적 대책에 더해 공공SW 사업 대가체계 개선과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 방안을 포함시켰다.

23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발전방안 문건에 따르면, 그동안 쟁점이 됐던 대기업 공공SW사업 참여 허용 하한선은 700억원으로 정해졌다. SW진흥법을 상반기 중 개정해 10여년 만에 대기업의 공공SW 시장 참여를 부분적으로 푼다. 또 대기업이 구축한 시스템은 유지보수 사업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사실상 중소기업 참여를 의무화한 입찰 컨소시엄 구성 시 중소기업 상생점수(상생협력평가기준)의 만점 기준은 중소기업 참여지분 50% 이상에서 40% 이상으로 완화되고, 충족 시 주어지는 추가 점수는 최대 5점에서 3점으로 낮아진다.

IT서비스 업계의 숙원인 제값 주기 방안도 포함됐다. 계약 체결 후 일이 늘어날 경우 돈을 더 줄 수 있는 추가대가 지급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한다. 그동안은 제도 변화나 과업 추가로 일이 늘어나도 대가를 더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없다 보니 기업들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적자를 감수하거나 소송으로 받아가야 했다.

최근 크게 높아진 SW개발자의 임금을 고려해 개발단가 현실화도 추진한다. 정보시스템의 등급을 구분해 유지관리 비용체계를 차등 적용함으로써 유지관리의 품질도 높인다.

발주기관과 제안업체들이 협의를 통해 과업을 확정한 후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제안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경쟁적 대화에 의한 계약' 입찰제도도 새로 도입한다. 지금까지 발주기관의 제안요청서가 법처럼 작동했던 공공SW 사업 구조가 훨씬 유연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과업심의위원회를 조달청에 위탁 운영해 수·발주자 간 갈등을 중재하고, 기획부터 감리까지 사업 과정 전반에 전문성 있는 제3자가 권한·책임을 갖는 책임형 사업관리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 조사 결과 행정·공공기관에서 운영되는 IT장비 27만여 대 중 60%인 15만여 대는 내용연수가 지난 노후장비로 파악됐다. 또 주요 행정·공공시스템 중 59%가 이중화 구성이 미흡하고 DR(재해복구)이 구축된 것은 27%에 불과했다.

정부는 최신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고 변화에 유연한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와 함께 범정부 디지털안전상황실을 신설하고 노후장비를 교체하는 한편 주요 시스템을 이중화할 방침이다. 시스템 장애 시 문제가 드러난 인증시스템도 보완한다. 일부 인증수단에 문제가 있어도 다른 수단을 쓸 수 있도록 복수 인증수단 도입을 의무화하고, 가칭 '애니-ID' 사업을 통해 모바일 신분증, 간편인증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한 대기업SI 관계자는 "공공SW사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노력은 환영하지만 여전히 열악하므로 수익성을 철저히 따질 수밖에 없다. 과업을 수행한 만큼 대가를 얻지 못하면 대기업 대상 규제가 완화돼도 계속 유찰이 빈번할 것"이라며 "발주처 공무원들이 적정대가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필수적인 예산 지원뿐 아니라 감사 등 책임에 대해서도 보다 유연하게 담당업무를 할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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