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기조 안 바꾸면 대통령도 불행해진다”
대통령과 같이 한 세 번째 행사, 이번에는 뒷자리 경호원
“‘손을 잡았네, 전과가 몇 범이네’ 본질과 다른 물타기
거부권 저지 위한 개헌선을 만드는 걸 목표로 삼아야”
*이 인터뷰는 <한겨레21> 유튜브 방송 ‘사기자’에서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 한겨레21 채널(https://youtu.be/rOLkNPHWCgo)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대통령님, 국정 기조를 바꾸셔야 합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전주을)은 2024년 1월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며 큰 소리로 이 말을 했다가 경호원들에 의해 사지가 들린 채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당시 영상을 보면 강 의원은 윤 대통령과 3~5초가량 악수하고 말을 거는데, 경호원의 제지로 거리가 멀어지자 10여 초 동안 큰 소리로 이 말을 외쳤다. 경호원들은 강 의원과 대통령 간 물리적 거리가 이미 멀어진 뒤에도, 강 의원의 입을 막고 행사장 밖으로 그를 끌고 나갔다. 야 4당이 “국회의원 입을 틀어막은 것은 입법부 모독”이라며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가운데, <한겨레21> 유튜브 방송 ‘사기자’는 강성희 의원을 만나 당시 상황과 발언의 이유를 물었다.
국회의원을 민주화운동 시절 학생 대하듯
—대통령 경호원이 국회의원이 발언하지 못하게 입을 막았는데.
“대통령 경호가 아니라 흡사 데모(민주화운동) 시절 학생 대하듯이 했다.”
—상황이 어땠나.
“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는 오전 11시 시작이었는데, 오전 9시30분에 다 집결해 공항 검색대처럼 생긴 곳에서 검색받고 경찰이 직접 몸 확인을 다 했다. 10시 좀 넘어 행사장에 들어가니 자리마다 이름이 붙어 있었다. ‘대통령이 입장하면 아마 악수하겠구나’ 이렇게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던 건 이번이 대통령과 같이 한 세 번째 행사였는데 경호원이 아주 많았다. 더 좀 이상한 것은, 보통 객석은 경호원이 앉는 자리가 아닌데 내 바로 뒷좌석에 경호원이 앉아 있었다. (사건이 일어나고) 입이 막혔을 땐 심리적으로 되게 절망적이었다.”
—경호원이 강 의원을 지켜본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건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왜 특별히 강 의원에게 그랬다고 생각하나.
“이전에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피켓을 몇 번 들었다. 대통령에 대해 강력하게 ‘잘못됐다’는 얘기를 계속해왔기에, 경호처 입장에서 내가 그날 ‘뭔가 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 같다.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악수하면서 한마디를 하는 게 좋겠다’는 고민이 있었고, 준비를 한 거다.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라는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다.”
—행사 당일 ‘강 의원이 손잡고 놔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날 상황에 대해서는 영상이 다 있기에 영상을 보면 다 안다. 만나서 악수했고, 손을 잡았고, 나는 바로 놨다. 영상을 보면 다 확인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도 ‘원내 제1야당 대표 살인을 목적으로 한 정치테러’가 본질인데, 본질은 사라지고 ‘헬기 논란’만 남았다. 지금 보면 내 사건도 본질은 ‘야당 원내대표에 대한 대통령 경호실의 정치테러’라고 생각한다. 근데 지금 ‘손을 잡았네, 전과가 몇 범이네’ 이렇게 계속 본질과 다른 것으로 물타기하고 있다.”
민심 전하는 게 국회의원 역할 아닌가
—행사장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말한 것에 대해 ‘자기 정치 한 것 아니냐’ 등 비판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기존 정치 문법을 좀 바꿔달라는 게 국민들 요구 아닌가.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과 잘 만나지 않으니 말할 기회도 없다. 선거를 치르다보니 지역 주민을 많이 만난다. 가게에 가면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분도 있다. ‘이렇게는 더 이상 못 버텨서 가게를 접으려 한다.’ 또 편의점 사장님은 ‘내 임금도 안 나온다. 편의점 특성상 문 닫으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데’ 하면서. (전주) 삼천동 공판장에서 일하는 어머님은 ‘내가 새벽부터 나와서 밤늦게까지 하루 10~12시간 정말 성실하게 일하는데 이렇게 일하면 먹고살게는 해줘야 하지 않나’ 이런 얘기를 나한테 쏟아낸다. 주민들은 ‘국회의원이면 가서 그런 얘기 좀 해줘야 하지 않은가’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그럼 ‘죄송합니다’ 한다. 대통령에게 사실 훨씬 날 선 비판을 하고 싶었는데, 그날은 특별자치도 출범식이고 대통령한테 뭐라 얘기하는 것도 이상해서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 했는데 결국 입이 막혀서 들려나왔다. 우리 주민들은 나한테 전화 주셔서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텔레비전에서 뉴스를 보며 깜짝 놀랐다고. ‘내가 당하는 것처럼 눈물이 나더라’ 이런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 대통령에게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뭐였나.
“국정 기조를 전환하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지는 것도 물론이지만 대통령 스스로가 불행해진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1월18일 나에 대한 대통령실의 테러, 그리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그만둬라’ 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내가 보기엔 행정부가 넘어서면 안 될 선을 넘고 있다. 이건 국회의 권한인데. 아무리 국민의힘이 여당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지금 넘고 있다. ‘계속 이렇게 가면 정말 불행해진다’ 말씀드리고 싶고 좀 귀를 열었으면 좋겠다.”
거부권 저지선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사과 요구에 응할 것 같진 않은데, 윤 대통령의 변화를 이끌려면 정치권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도 대통령은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 아닌가. 부산 엑스포도 지더라도 근소하게 질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 아닌가. 그 뒤에도 대통령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제 총선에서 멈춰 세우는 방법밖에 없다.”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해야 한다는 말인가.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해야 하는데, 자꾸 민주당은 ‘원내 1당을 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 우리 지역 주민은 이렇게 얘기한다. ‘지난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180석 됐는데, 그러면 원내 1당 한다는 것은 지금처럼 살자는 거 아니냐’고. 지금처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법안을 다 반대해도 지켜봐야 된다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거부권 저지를 위한 탄핵선, 개헌선을 만드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야권이 총단결해도 될까 말까인데, 야권 일각이 분열해서 새로운 뭔가를 만드는 상황이 정말 너무 안타깝다.”
—지금 진보 정당 사이 또는 진보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연합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나.
“그것이 되려면 우선 과제가 있다. 선거제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우리가 힘을 모아보자’라고 하는 게 되는데 좀 난망하다. 합의가 안 되는 상황이다. 지지율대로만 의석을 주면 되는데, 3%라는 저지선을 만들어 소수 약자들의 목소리를 더 줄이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극우 정당이 들어설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하는데.
“국민이 표를 준 만큼 뽑아야지 극우든 뭐든 왜 자기네들이 재단하나. 국민이 3%를 주면 3%에 맞는 의석수를 주는 게 민주주의다.”
비정규직, 은행 이자, 대출 이야기하는 진보정치
—진보정치권에서 진보당뿐만 아니라 정의당 등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이유가 뭐라고 보나.
“나는 사실 노동운동을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일을 오래 했고, 이후 택배노조에서 일하며 택배 현장의 문제를 바꾸기 위해 고민했다. 정치는 바로 이런 사람들의 문제를 풀어주는 ‘현장’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그동안 진보정치를 한다고 한 사람들이 현장에 천착하지 않고 다른 기존 정당이 하는 거랄까, 정치 싸움에 몰입했기 때문에 진보정치가 쪼그라든 게 아닌가 생각한다.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등 정치구조를 바꿔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전북엔 이제 비정규직은 없습니다’ 이런 걸 할 수 있어야 ‘변하는구나’ 할 텐데 그런 걸 전혀 얘기 못하고 있다. 옛날엔 학교 무상급식을 얘기하면 ‘무슨 빨갱이야’ 했는데 지금은 당연한 얘기지 않나. 은행 이자, 대출 이런 문제를 진보 정당이 계속 얘기하면 진보의 파이가 금방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보당 최초 국회의원이다. 선거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지난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 심판 선거’ 얘기를 했고 ‘대출이자를 낮춰야 한다’는 운동을 했다. 또 난방비 폭탄이 당시 이슈여서 에너지 지원금 관련 서명 운동도 했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와 마지막까지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 접점이었는데, 상대 후보가 선거 일주일을 앞두고 ‘강성희는 간첩인가’ 의혹을 제기하더라. ‘전주를 반미의 전진기지로 만들려고 하는가’란 펼침막도 걸렸다. 종북 공세에 나서는 걸 보면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내가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서 원래 국방위원회에 갔어야 했다. 왜냐하면 상임위가 다 꽉 차 있고 국방위만 한 자리 비어 있어서. 근데 국민의힘에서 ‘강성희 의원이 국방위에 가면 국정 기밀 이런 것이 다 줄줄 다 샌다’고 하더라. 나는 (종북 공세가) 처음엔 ‘정치 공세’라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느끼는 건 ‘이게 진짜 샌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들의 속마음이구나, 다른 나라에 살고 있구나’ 싶다.”
<한겨레21> 유튜브 방송 ‘사기자’ 인터뷰 진행 김규원·김양진·신다은·류석우 기자
정리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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