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COMPANY] 韓 유일 탄소섬유 개발·상업화 성공… `글로벌 빅3`로 드라이브

박한나 2024. 1. 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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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3대 걸친 '기술경영' 뚝심 결실
철 강도보다 14배 높은 'H3065' 개발로 우주항공·방위산업 등 다방면 활용
탄섬, 미래첨단소재로 자동차·에너지·레저 등 고압용기 제작에 주로 사용
생산기술센터 설립해 공장·효성기술원 핵심기술 인력이 신규공정 자체 설계
조현준 효성 회장. 효성 제공.
효성의 탄소섬유를 적용해 만든 수소탱크. 효성 제공.
효성의 탄소섬유 '탄섬'. 효성 제공.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 전경. 효성 제공.

효성은 2011년 국내 최초로 4년 동안의 연구 끝에 독자기술을 기반으로 한 탄소섬유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일본, 독일, 미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 성공이다.

효성은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 경제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탄소섬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2013년 5월 전북 전주시 덕진구 첨단복합산업단지 내 18만200㎡ 면적에 연산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설립했다.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첨단소재는 2019년부터 2028년까지 설비구축과 연구개발에 총 1조원을 투자해 10개 생산라인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연산 2만4000톤의 생산규모로 확대해 세계 시장 점유율 10%의 탄소섬유 분야 세계 3위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4월에는 3차 증설까지 완료하면서 전북 탄소섬유 공장은 연산 90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효성의 탄소섬유 상업화 성공으로 전량 외국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시장은 국산 탄소섬유로 대체가 가능해졌다.

효성은 탄소섬유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탄소섬유 공장이 있는 전주를 중심으로 전북지역에 탄소섬유 클러스터 조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 효성은 2022년 10월 철보다 강도가 14배 이상 높은 초고강도의 'H3065(T-1000급)' 탄소섬유를 개발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T-1000급 탄소섬유는 보잉 등의 최신 항공기 동체와 부품, 인공위성을 비롯한 우주 발사체 등 우주항공과 방위 산업에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탄소섬유는 2019년 기준 미국, 일본 등 글로벌 6개기업이 전 세계 생산 케파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도 일본 3개 기업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기술력이 부족하고 국내 생산 기반이 전무한 상황에서 효성은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범용부터 고성능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등급의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효성의 탄소섬유 브랜드는 '탄섬'이다. 탄섬은 한글로 '탄소섬유'의 준말이면서 탄소섬유 생산 공정의 특성인 소성(태우는 과정)과 특별함, 중요함의 뜻을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한다는 의미다. 탄섬은 일본 등 업체들이 생산하는 고강도 탄소섬유와 같은 등급의 품질생산이 가능하다. 자동차, 에너지, 레저 분야 등 다방면의 미래첨단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래 친환경차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전기차, 압축천연가스차의 핵심부품인 수소연료탱크 등 고압용기 제작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효성은 현재 수소연료탱크 등을 포함한 자동차용 부품에 사용될 탄소섬유 공급을 위해 힘쓰고 있다. 국내는 물론 중국, 유럽, 미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 낚싯대, 골프 샤프트 등 레저용부터 수소·압축천연가스 고압용기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효성은 탄섬의 국내·외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매년 서울, 유럽, 미국 등 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복합재료전시회에 참가해 탄섬의 품질과 기술력을 소개하며 신규 판로를 확보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탄섬의 개발 배경= 효성은 지난 1966년 설립 이후 화학섬유 분야에서 글로벌 톱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해 왔지만, 중국업체들의 범람 등을 이유로 기존 섬유제품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야 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1990년대 초반에는 세계에서 4번째로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고부가가치 섬유 시장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2010년에는 세계 1위 제품으로 올라서며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2000년대 초에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전방위 융복합이 가능한 탄소섬유 개발에 착수했다. '차세대 산업의 쌀'로 불리는 탄소섬유는 효성의 미래이자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신성장 동력이라는 점에서 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컸다.

탄소섬유는 1980년대 국내에서 이미 상당수의 연구소와 기업이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선진국 일부 국가만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련 생산기술은 국제전략 품목으로서 국가 간 이동이 통제될 만큼 기간산업의 지위가 공고했다.

이 때문에 과거 탄소섬유시장은 7~8개의 글로벌기업이 장악하고 있었고,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탄소섬유 소비국이면서도 생산기술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시장이 성숙되기 전이어서 '불모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은 여기에서 미래 성장가능성과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그는 "아무도 안 할 때 들어가라"며 탄소섬유 기술 연구에 전념하도록 지원했다.

조 명예회장은 원료인 탄소는 석탄 등 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반면 최종제품에 적용될 경우 그 가치가 수백 배 커지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으로 판단했다. 수많은 시행착오에도 조 명예회장은 뚝심있게 연구에 매진함으로써 2011년 섬유 중에서는 가장 어렵다는 탄소섬유 개발에 마침내 성공했다.

◇효성 경영진의 기술경영 철학= 효성의 탄소섬유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과 애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조 명예회장의 기술 중시 경영철학이 이뤄낸 성과다. 조 명예회장은 "오직 기술로만 살아 남을 수 있다"며 "기술을 앞세워 영업하라"고 강조해 왔다.

효성의 3대에 걸친 기술 경영스토리는 유명하다. 조홍제 효성 선대회장은 "몸에 지닌 작은 기술이 천만금의 재산보다 낫다"며 향후 신기술 도입과 공장 증설에 제약을 받지 않으려면 독자 기술로 공장과 설비를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부설 연구소인 효성기술원을 설립했다.

조 명예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효성을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 받아 기술에 대한 투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조 명예회장은 화학섬유 분야 연구개발 중심의 효성기술원에 1978년 중공업연구소, 1983년 전자연구소, 1986년 강선연구소를 추가로 설립해 연구 분야를 전문화했다. 조 명예회장은 오늘날 효성을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글로벌 넘버원 제품과 탄소섬유, TAC필름 등 독자적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제품을 다수 보유한 기업으로 만들었다.

조현준(사진) 효성 회장 역시 취임사를 통해 "기술이 자부심인 회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선대의 기술경영 이념을 이어 받은 것이다.

그 일환으로 조 회장은 2019년 생산기술센터를 설립했다. 생산기술센터는 섬유, 첨단소재, 화학부문의 핵심공정과 설비기술 운영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주요 공장과 효성기술원의 핵심기술 인력이 협업을 통해 신규공정을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기존 생산공정도 개선해 기술 고도화를 이루기 위한 조직으로, 일본 화학기업은 대부분 독자센터를 갖추고 있지만 국내기업으로서는 드문 편이다.

탄소산업은 전후방산업에 대한 육성 효과가 매우 커 테니스 라켓, 자전거, 골프채 등 일상 제품부터 자동차, 선박, 일반기계, 반도체, 디스플레이, 건축자재, 항공 분야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과의 연관성도 매우 높은 제품이다. 산업의 미래화와 고도화를 이끌 소재로 각광받고 있으며, 전략 물자로서 철저한 기술보안 관리 대상이다. 효성 관계자는 "앞으로도 신시장 확대를 위해 집중할 것"이라며 "향후 우주항공, 자동차, 비행기 등 고성능급에 사용되는 탄소섬유의 양산과 판매를 늘려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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