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팀 제안,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팀 선택"…이유 있던 200억 베팅, KBO MVP는 왜 CWS를 선택했나
[OSEN=조형래 기자] 지난해 KBO리그를 지배했던 에릭 페디는 역대급 외국인 선수로서 리그 역사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
2022시즌이 끝나고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논텐더 방출을 당했지만 그래도 현역 메이저리거였고 성적과는 별개로 두 시즌 가량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투수였다. 방출 직전 성적은 27경기 127이닝 6승13패 평균자책점 5.81이었다. 메이저리그의 또 다른 구단과 충분히 계약이 가능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페디는 NC 다이노스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들였고 총액 100만 달러에 탶형양을 건넜다. 태평양을 건너면서 페디는 야구 인생을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비시즌 미국 애리조나에 위치한 ‘푸시 퍼포먼스’라는 야구 트레이닝 센터에서 운동을 하면서 신무기를 개발했다.
페디는 지난해 12월 16일 ‘시카고 선타임즈’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힘을 키우며 새로운 투구도 익혔다. 스위퍼를 장착하고, 체인지업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그 덕분에 한국에 갈 때는 싱커, 커터, 스위퍼, 체인지업 등 4가지 구종을 구사할 수 있게 됐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라며 성공을 위한 준비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페디가 겨우내 연마한 신무기는 스위퍼였다. 페디의 스위퍼는 KBO리그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고 페디의 리그 정복을 앞장 선 구종이 됐다. 그 결과, 정규시즌 30경기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180⅓이닝 40자책점), 209탈삼진 WHIP 0.95, 퀄리티스타트 21회 등의 괴물 같은 성적을 기록했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로 역대 4번째 트리플크라운 투수로 이름을 남겼고, 20승과 209탈삼진으로 1986년 선동열 이후 37년 만에 20승과 2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리그 MVP와 투수 부문 골드글러브, 그리고 최동원상까지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피날레 했다.
지난 7일 ‘시카고 선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는 “뭔가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원했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라면서 “나는 많은 이닝을 던지고 내 기술들을 연마하고 조정할 수 있는 곳을 원했는데 한국은 그런 환경을 제공해줬다”라고 되짚었다.
KBO리그에서의 맹활약을 메이저리그도 당연히 주목하고 있었다. NC는 페디를 붙잡기 위해 400만 달러의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 한도 내에서 다년계약까지 제시하며 최선의 제안을 건넸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공세는 생각 이상으로 적극적이었다. 일본 구단들과의 머니싸움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페디는 결국 2년 1500만 달러(약 200억원)에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사인했다. 당초 현지 언론에서는 2년 1000만 달러(약 133억원) 수준의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했다. 그런데 이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페디는 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 역대 최고액 계약으로 메이저리그 유턴에 성공했다.
페디의 금액이 훌쩍 뛴 이유는 당연히 시장 경쟁에 붙었기 때문. 200억의 오퍼가 나온 이유가 있었다. 페디는 23일(이하 한국시간) MLB 네트워크 라디오와 전화 인터뷰에서 “4~5개 팀에서 경쟁력 있는 제안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화이트삭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화이트삭스는 내가 선발 로테이션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위 선발진에서 팀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그들의 기대에 걸맞는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크리스 게츠 단장, 에단 카츠 투수코치, 브라이언 배니스터 투수 선임 고문에게서 전화를 받았고 그들 모두 화이트삭스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그들이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도록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구단의 비전과 철학에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구단 수뇌부들도 페디를 데려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페디는 “승리하는 것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풍부한 지식을 공유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훌륭한 비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흥미롭고”라면서 올 시즌 화이트삭스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2022년까지 페디는 더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엄청난 성공은 결국 자신감까지 되찾게 했고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시카고 선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페디는 “지금지금보다 더 큰 자신감을 얻은 시기는 없을 것이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워싱턴에서 마지막 시즌은 지금처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강하고 건강하다고 느낀다. 구속도 돌아왔고 예전에는 없던 날카로움도 있다”라며 화이트삭스에서 성공의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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