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햄프셔 공화당 경선... 지지자들 “어차피 대세는 트럼프”
“바이든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미국 대선(11월 5월)의 공화당 후보를 뽑기 위한 두 번째 경선인 23일 뉴햄프셔주(州) 프라이머리(예비 선거)를 하루 앞둔 22일 저녁, 뉴햄프셔주 중부 라코니아의 한 리조트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 밖에서 지지자들은 이렇게 소리쳤다. 이들은 트럼프가 이미 공화당 후보로 결정된 듯 수시로 “포 모어 이어스(Four more years·4년 더)!”라고 외쳤다. 이날 오후 9시 20분 유세장에 등장한 트럼프가 “내가 집권하면 (기름값 등) 에너지 가격을 반으로 낮추겠다”고 하자 지지자 600여 명이 발을 구르며 환호했다. 유세장에 나온 데릭 램(32)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 동네 기름값이 (갤런당) 2달러(약 2600원) 초반이었는데 1달러가 올랐다”고 소리쳤다.
21일부터 이틀간 콩코드·런던데리·맨체스터·프랭클린 등 뉴햄프셔 지역에서 기자가 만난 공화당 지지자들 상당수는 ‘트럼프 지지’로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올해 미 대선 첫 프라이머리라 ‘대선 풍향계’라고 불리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 이후에도 미국 전역에서 많은 경선이 남아 있는데도, 지지자들은 “트럼프만큼 답답한 마음을 긁어주는 후보가 없다”고 했다. 미 정가와 언론들이 유일하게 남은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지만, 프라이머리 직전의 뉴햄프셔는 트럼프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였다.
트럼프 측은 고(高)금리·고물가를 성토했다. 트럼프 유세 1시간 전 트럼프 측근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이 연단에 올라 “바이든 때문에 우리 아들·딸들이 집을 못 사게 됐다”고 하자 지지자들은 “바이든을 탄핵하라”고 외쳤다. 바이든 행정부의 범죄·이민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가 이날 “바이든 집권 후 워싱턴DC의 살인율 증가를 보라” “멕시코 국경이 뻥 뚫렸다”고 하자, 한 지지자가 “그들을 모두 목 매달자(Hang them all)”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특유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를 강조했다. “우리 가족의 세금을 저당잡혀 우크라이나에 무리한 지원을 하는 걸 중단하고, 중동 문제에도 개입하지 않겠다”며 “국경도 당장 봉쇄해 불법 이민자들이 우리나라에 침입하는 걸 막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미 국민들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이자 (대선 구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했다. 40대 팔머씨는 “우리 같은 블루 칼라(생산직 노동자)를 대변해 줄 사람은 아무리 봐도 헤일리가 아닌 트럼프”라고 했다. 트럼프 유세장엔 여러 시간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었고 사람이 너무 몰려 한 때 통신이 마비되기까지 했다.
20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후보 사퇴도 ‘트럼프 대세론’에 불을 지폈다. 한때 트럼프의 ‘대안’으로 여겼던 디샌티스가 발을 빼자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후보는 역시 트럼프뿐”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한다. 60대 존 존스씨는 “평생 당적을 가져보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트럼프에게 끌린다”며 “뉴햄프셔는 어차피 승리할 사람을 선택한다”고 했다. 22일 발표된 인사이더 어드밴티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62%의 지지율를 기록해 헤일리(35%)를 27%포인트 앞섰다. 21일 CNN이 발표한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50%로 헤일리(39%)를 11%포인트 앞섰는데, 격차가 하루 만에 2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헤일리는 이날 오전 프랭클린의 보훈병원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군인 남편을 언급하며 보수 표심을 공략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방위군 소속인 남편 마이클 헤일리 소령은 지난해 6월 아프리카로 파병됐다. 헤일리는 “우리 남편처럼 미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애국자들을 대우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미 CNBC 방송은 “지지자들의 흥분과 열정은 표로 이어지게 마련인데, 헤일리의 유세에선 이런 감동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프랭클린의 한 수퍼마켓에서 만난 배관공 제리 게이츠(58)씨는 “디샌티스나 헤일리 모두 대통령이란 중책에 오를 준비는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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