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일본 잡고 16강 도전' 신태용 감독 "일본은 내가 가장 잘 안다" 자신감
[스포티비뉴스=도하(카타르), 박대성 기자]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컵 조별리그 통과를 노리는 신태용 감독이 "일본은 내가 잘 안다"며 일본 격침을 준비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오는 24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의 아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최종전을 갖는다.
운명의 일본전을 앞둔 신태용 감독이 23일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공식 기자회견에 임했다. 베트남전 승리로 한결 여유가 생긴 신태용 감독은 "16강 시나리오가 여러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16강 진출 결과가 일찍 나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은 일본과 경기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는 자이언트 킬링을 달성해 16강 진출의 역사를 쓰려고 한다. 베트남과 2차전에서 1-0으로 이기면서 일본에 골득실에서만 밀린 3위를 달리고 있다. 사실 일본전을 패하더라도 이미 승점 3점을 확보해 A조 3위 중국(승점 2점)에 앞서 있다. 각 조 3위 상위 4개국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에 있어 확실히 유리하다.
이에 들뜰 수도 있는 분위기지만 신태용 감독은 "오후 훈련에서도 마찬가지로 일본전만 바라보는 마음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인도네시아가 일본과 정면 승부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기본적인 전력 차이가 상당하다. 두 팀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만 보더라도 일본은 17위, 인도네시아는 142위다. 양팀의 역대 전적 역시 일본이 10승 2무 6패로 크게 앞선다. 인도네시아에 총 39득점을 했고 25실점으로 우위를 보여준다.
다만 가장 최근에 겨뤄본 게 1989년 6월로 1990 이탈리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일본이 5-0으로 이겼고 이후 35년 동안 맞대결하지 않았다. 그 사이 일본은 월드컵 본선 단골 진출국이 됐고, 16강도 곧잘 발바오는 강호가 됐다.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동남아시아 틀에 갇혀 있다.
그래도 인도네시아에는 일본 정보에 능한 프라타마 아르한이 있다. 수비수인 아르한은 J리그 도쿄 베르디에서 뛰었다. 이날 공식 회견장에도 신태용 감독과 동석해 일본전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신태용 감독은 아르한이 일본에 대해 알려준 게 있는지 질문에 "조언해 준 건 없다"라고 웃으며 "일본 축구는 내가 훨씬 많이 알고 있다"라는 농담으로 긴장을 풀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인도네시아가 일본을 이기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신태용 감독의 여유 같은 지략이 변수다. 신태용 감독은 성남 일화를 비롯해 대한민국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을 지도하며 예상치 못한 강팀을 이기는 재주를 발휘했다.
특히 한국을 이끌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당시 FIFA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꺾은 바 있다. 신태용 감독의 이력을 아는 일본은 "월드컵에 나섰던 감독으로 경험이 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그 누구도 한국이 독일을 이긴다고 예상하지 못했다.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겠다"라며 인도네시아를 이끌고도 이변을 연출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걸 경계했다.
신태용 감독은 오랫동안 일본을 분석했다. 한국 출신으로 일본을 상대하는 의미에 대해 "선수 생활을 할 때부터 지도자까지 일본과 많이 대결했다. 현재는 일본이 우리보다 좋다. 배운다는 느낌으로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 큰 대회에서 일본을 만나게 돼 감회가 새롭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2차전에서 이라크에 1-2로 지면서 조 1위 탈환이 불가능해졌다. 인도네시아전을 이겨 조 2위로 체면치레를 하려는 목표가 있다. 이라크전이 인도네시아에 주는 교훈이 있을 터. 신태용 감독은 "이라크와 인도네시아는 피지컬 등이 다르다. 우리는 다른 쪽으로 일본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라크가 잘했던 부분을 따라할 수는 없다. 다른 쪽에 접목해서 일본전을 치르겠다"라고 했다.
이번 대회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축구를 대표한다. 베트남이 탈락한 상황에서 동남아 축구 발전 과정을 묻자 "나도 동남아 축구가 발전했다고 느낀다.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4개 팀은 아시아 변방이 아닌 쪽으로 가고 있다"며 "이제는 동남아 축구를 쉽게 생각하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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