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몰래 받은 명품 선물도 대통령기록물이라는 용산의 궤변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을 ‘대통령기록물’로 규정했다. 김 여사가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몰래 받은 가방을 해외 정상으로부터 받은 선물과 동급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국고에 귀속된 물건을 반환하는 것은 국고 횡령”이라고도 했다.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은 ‘국가 재산’이고, 따라서 돌려주면 ‘횡령’이 된다는 황당한 논리다. 김 여사를 두둔하는 대통령실과 이 의원의 궤변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렇게 대충 둘러대면 국민들이 이해해줄 것 같은가. 뇌물을 뇌물이라 부르지 못하고, 김 여사의 잘못을 덮기 위해 생억지를 부리니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것 아닌가.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된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은 대통령 선물이고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통령 선물에 관한 규정은 대통령기록물법이 유일하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국고로 귀속되는 대통령 선물은 직무수행과 관련한 것에 국한되고,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주지하듯 김 여사는 사사로이 명품 가방을 받은 것일 뿐이니 그 가방이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가 공식·비공식 접견 중에 선물을 받았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경호처와 부속실 등 담당 비서관실의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30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선물이라면 언제 누구로부터 어떤 이유로 받았는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실이 그런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 밝혀야 한다. 문제의 가방이 국고에 귀속된 시점도 중요하다. 김 여사가 재미교포 목사로부터 가방을 받은 것은 2022년 9월13일이고, 해당 사건을 인터넷 언론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것은 지난해 11월27일이다. 외부에 알려진 뒤 귀속 절차가 이뤄졌다면 김 여사가 자발적으로 신고했다고 보기 어렵다.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은 용산 대통령실 선물 창고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가방이 대통령기록물로 규정됨으로써 이번 사건은 질적으로 달라졌다. 현직 대통령 배우자가 민간인을 단독으로 만나 고가의 가방을 받게 된 과정은 물론,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이 대통령기록물로 둔갑하는 과정에 개입했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인사에 대해서도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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