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동훈 만남이 주목적?···일부 상인들 “아무말 없이 갔다” 분통

이유진·윤기은·김송이·이두리 기자 2024. 1. 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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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재난 현장에서 정치쇼”
대통령실 “상인 대표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천|성동훈 기자

“지금 먹고 살기가 막막한데, 해줄 말은 없을망정 대통령이란 사람이. 그게 대통령이여? 불 난 거 구경하러 왔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에서 수산물을 팔던 상인 김모씨의 입에서 거친 말이 쏟아졌다. 김씨는 “(대통령이) 와서 몇 마디 하고 바로 가더라. 우리가 (대통령 보려고) 밑으로 내려갔는데 경호원들이 다 막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천재래시장은 전날 오후 11시8분쯤 큰 불이 나 점포 200여개가 전소됐다.

윤석열 대통령 방문 소식이 알려진 이날 오전 시장 내 먹거리동 2층 사무실에는 상인들이 모여들었다. 김씨는 “처음에 (오후) 1시에 온다고 하길래 아침 7시에 모여 밥을 쫄쫄 굶으며 (대통령을) 기다렸다”라고 말했다. 상인들의 절박함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건물 1층으로 내려가려던 상인들을 경호원들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상인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서천특화시장을 찾았다. 윤 대통령 일행은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상인회 건물 1층에서 상황보고를 받았고, 2층에서 대기 중이던 상인들과는 만나지 않고 1시50분쯤 현장을 떠났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같은 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상인 A씨는 “상인회 사무실에 (상인들이) 다 모여 있었는데 대통령하고 저기(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하고 둘은 그냥 가게만 둘러보고 갔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퍼진 현장 영상에도 일부 상인들이 “너무하시는 거 아니냐. 저희들 대통령님 오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희도 안 보고 가시는 건 아니죠” “대통령이 어떻게 와서 아무 말도 없이 가버릴 수 있냐”라고 말하며 오열하는 내용이 담겼다.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이날 서천특화시장 방문을 ‘갈등 봉합의 장’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아무리 윤석열-한동훈 브로맨스 화해쇼가 급했다지만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가 된 서천특화시장과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을 어떻게 배경으로 삼을 생각을 하나”라며 “국민의 아픔은 윤석열-한동훈 정치쇼를 위한 무대와 소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화재 현장을 그저 대통령과의 갈등 봉합을 위한 그림을 잡는 정도로 여긴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도 “‘불구경하러 왔냐’ 상인분들의 외침은 윤 대통령의 서천시장 화재 현장 방문이 윤-한의 ‘서천 미팅’으로 변질된 것에 대한 상심과 분노의 표현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이날 SNS에 “정작 혹한 속에서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던 상인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돌아갔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두고 재난을 ‘정쟁화’ 한다고 비난하던 여당이야말로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범보수권 인사들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보수 논객 정규재씨는 SNS에 “어디 장소가 없어서 재난 현장을 화해의 정치연극 무대로 덧칠한다는 말인가”라며 “서천시장에 가서 호형호제하면서 화해의 쇼를 하고, 김경율을 잘라내면 화해는 완성된다는 것인가. 김건희 사과는 없던 일로 하고”라고 적었다.

허은아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SNS에 “민생의 아픔마저도 정치쇼를 위한 무대 장치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그 의도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경호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민생 현장이 아니라 용산 집무실에서 페이퍼 보고 제대로 받고 제대로 민심을 챙겨라”라고 썼다.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도 SNS를 통해 “서천 화재 현장은 여당 당정의 화해쇼 무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통령은 피해 점포수 등 피해 현황을 꼼꼼히 질문하며 현장을 살피고 상인들을 면담했다”고 밝혔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이날 인근 상가 1층 로비에서 상인 대표들을 만나 ‘명절을 앞두고 얼마나 상심이 크시냐. 여러분들이 바로 영업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해 드리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상인 대표는 “대통령께서 직접 방문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현장 상인들 모두가 대통령에게 박수로 감사를 보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후 따로 언론공지를 내 재차 피해 상인 대표들을 만났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공지에서 “(윤 대통령이) 김태흠 충남지사 안내로 상가동 1층에서 피해 상인 대표들을 만나 고충과 요청사항을 들었다”면서 “현장에서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운 경우에도 이에 준하는 지원을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적극 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찾은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상인들이 윤 대통령이 자신들을 만나지 않고 떠난 것에 항의하고 있다. 서천|성동훈 기자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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