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도 아닌데 100억 초대박 임박…국가대표 33세 에이스 성공시대, KT "고영표와 5년 계약 합의"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FA 신분이 아닌데도 100억원 수준의 계약이 임박했다. 바로 KT 위즈의 '토종 에이스'이자 국가대표 에이스로도 활약한 고영표(33)의 이야기다.
KT는 최근 고영표와 비FA 다년계약 협상을 진행했고 계약 기간 5년과 100억원 수준의 금액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아직 인센티브와 관련한 협상이 남았고 메디컬 테스트라는 절차도 있어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KT 위즈 구단 관계자는 23일 "고영표와 5년 계약에 합의했다. 그러나 인센티브 등 세부 사항에 대해 조율 중이고 메디컬 테스트도 남았다. 추후 공식 발표를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당초 고영표는 올 시즌을 마치면 FA 시장에 등장할 수 있었다. 선발투수가 필요한 구단이라면 누구든 관심을 가질 만한 자원. 그러나 고영표는 KT와 비FA 다년계약 협상을 진행하면서 FA보다 KT 잔류에 무게를 뒀다. 그만큼 KT를 향한 고영표의 애정을 읽을 수 있다. KT 또한 창단 멤버인 고영표의 가치에 초첨을 맞추고 창단 첫 비FA 다년계약 체결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고영표는 KBO 리그에서 '꾸준함의 상징'으로 통하는 선수다. 2014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KT에 입단한 고영표는 2015년 46경기에 나와 57이닝을 던져 3승 4패 평균자책점 5.68을 남겼고 2016년 53경기에서 56⅓이닝을 소화하며 2승 4패 5홀드 평균자책점 5.59, 2017년 25경기에서 141⅔이닝을 던지며 8승 12패 1홀드 평균자책점 5.08, 2018년 25경기에서 142이닝을 소화하며 6승 9패 평균자책점 5.13을 기록할 때만 해도 평범한 투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결국 고영표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에 실패하면서 2019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야 했다. 그런데 고영표는 병역을 마치고 돌아온 2021시즌부터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신했다. 2021년 26경기에 나와 166⅔이닝을 던져 11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2.92로 평균자책점 부문 3위에 랭크될 만큼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인 고영표는 2022년에도 28경기에서 182⅓이닝을 책임지며 13승 8패 평균자책점 3.26으로 활약해 다승 부문 4위, 탈삼진 부문 7위에 랭크될 수 있었다.
지난 해에도 마찬가지였다. 고영표는 28경기에서 174⅔이닝을 던졌고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다승 부문 5위, 평균자책점 부문 6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프로 통산 성적은 231경기 920⅔이닝 55승 50패 7홀드 평균자책점 3.97.
지난 해 고영표의 등판일지를 따라가보면 그가 얼마나 꾸준하고 대단한 투수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4월에 등판한 6경기 중 4경기에서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로 막았다. '롯데 킬러'로도 유명한 고영표는 지난 해 롯데의 초반 돌풍을 저지한 인물로 꼽힌다. 고영표는 지난 해 5월 12일 수원 롯데전에서 8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막았고 6월 6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7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롯데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롯데는 당시만 해도 상위권을 형성했으나 KT와의 3연전을 모두 패하면서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걸었다. 여기에 고영표는 6월 21일 수원 롯데전에서도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고영표의 위력적인 피칭은 여름에도 이어졌다. 7월 8일 수원 KIA전에서 7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한 고영표는 8월 24일 수 KIA전에서 7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막을 때까지 7경기 연속 7이닝 이상 투구를 해내는 놀라운 피칭을 선보였다. 7경기 중에는 8이닝을 소화한 경기도 한 차례 있었다. 고영표는 9월초에 잠시 흔들리기도 했으나 9월 13일 창원 NC전에서 6이닝 9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면서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10월 3일 수원 KIA전에서 5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을 남기며 정규시즌을 마무리한 고영표는 포스트시즌에서도 명불허전의 피칭을 이어갔다. KT는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으나 수원 홈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패하면서 벼랑 끝에 몰리는 위기를 맞았다. 이때 '해결사'로 등장한 투수가 바로 고영표였다. 고영표는 창원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하는데 성공했다. KT는 3차전 승리를 발판 삼아 '리버스 스윕'을 해내는데 성공하면서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LG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온 고영표는 6이닝 7피안타 2사구 3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비록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4이닝 7피안타 1볼넷 3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면서 LG가 우승하는 장면을 지켜만 봐야 했지만 이미 경기 전부터 기세가 LG로 기울어진 상황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고영표는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국가대표팀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일본과의 준결승전에 선발투수로 나서는 중책을 맡은 고영표는 5이닝 6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를 펼치기도 했다. 당시 고영표를 상대한 일본 선발투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로 지난 시즌을 마치고 LA 다저스와 13년 3억 2500만 달러에 계약한 선수다. 지난 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대표팀의 첫 상대였던 호주와의 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온 고영표는 4⅓이닝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을 남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고영표를 상징하는 기록은 바로 퀄리티스타트(한 경기에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선발투수를 뜻하는 말)다. 고영표는 2021년 퀄리티스타트 21회를 기록하며 리그 공동 1위에 등극했다. 고영표와 함께 공동 1위에 오른 선수는 두산의 아리엘 미란다와 KT의 데스파이네였다. 특히 미란다는 당시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던 선수. 고영표는 퀄리티스타트플러스(한 경기에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기록한 선발투수를 뜻하는 말)도 10회를 기록하며 삼성의 원태인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는데 1위 미란다(12회)와 단 2개 차이였다.
고영표의 퀄리티스타트 행진은 2022년에도 계속됐다. 당시 고영표는 퀄리티스타트 21회로 뷰캐넌과 함께 공동 4위에 랭크됐다. 리그 1위는 키움의 안우진(24회)이었고 공동 2위는 키움의 에릭 요키시와 NC의 드류 루친스키(이상 22회)로 고영표와 큰 차이가 없었다. 또한 고영표는 퀄리티스타트플러스 13회를 기록했는데 그보다 많은 퀄리티스타트플러스를 기록한 선수는 SSG의 윌머 폰트(16회)와 안우진(15회) 뿐이었다.
지난 해에는 퀄리티스타트 21회로 NC의 에릭 페디, 두산의 라울 알칸타라, 그리고 뷰캐넌과 공동 1위에 등극한 고영표는 퀄리티스타트플러스 17회로 이 부문에서는 단연 1위였다. 2위에 오른 뷰캐넌(12회)보다 많이 앞선 수치를 나타냈다. 벌써 개인 통산 퀄리티스타트 81회를 기록한 고영표는 3년 연속 퀄리티스타트 20회 이상을 기록한 지난 페이스를 감안하면 올해 통산 100회 돌파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선발투수로서 지닌 고영표의 가치를 고려하면 현재 거론되고 있는 100억원대 몸값도 그리 무리는 아니라는 중론이다. KBO 리그에서 100억원대 계약을 맺은 투수는 KIA의 양현종, SSG의 김광현, NC의 구창모 등이 있다. 양현종은 지난 2021시즌을 마치고 KIA와 FA 재계약을 맺으면서 4년 총액 103억원에 사인했고 김광현은 2022년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SSG로 돌아오면서 4년 총액 152억원에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구창모 또한 2022년 NC와 최대 7년 132억원의 조건에 비FA 다년계약에 합의했다. 이제 '최종 관문'을 남기고 있는 고영표가 또 한번 초대형 잭팟의 주인공이 될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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