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간접차별’ 시정명령 “남녀 평등해 보이지만 내실 달라”
· [앵커]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공부도 잘하고 뛰어났던 그녀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20여 년 전 문정희 시인이 던졌던 물음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2020년, 한 여성이 육아휴직 후 복직했는데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됐습니다.
다시 팀장으로 승진하려 했지만 좌절됐죠.
지방노동위원회는 성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성차별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가 도입된 뒤 첫 시정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여성 관리자 비율은 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36개 나라 가운데 35위, 거의 꼴찌입니다.
이번엔 승진 심사를 할 때 여성 직원들이 도저히 충족할 수 없는 기준을 내세운 한 업체가 '성별에 따른 간접차별'로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겉으론 차별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기준과 결과 모두 부당했다는 판단입니다.
신지수 기잡니다.
[리포트]
승진 심사에서 여성 직원을 차별한 한 중견기업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중노위는 이 회사가 승진 심사에서 여성 직원이 충족할 수 없는 기준을 제시해 '간접 차별'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기계 제조와 판매를 하는 이 업체는 문제가 된 직급에서 국내 영업부서엔 남성 직원만, 지원부서에는 여성 직원만 두고 있는데, 승진심사에서 가점을 받으려면 매출 점유율과 채권 점유율 등 영업직만 달성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그 결과 승진 대상자 중 여성 직원 두 명은 모두 탈락했지만, 남성 직원은 4명 중 3명이 승진했습니다.
중노위는 이 회사에 승진심사를 다시 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2022년 5월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가 도입된 이래 두 번째 사례입니다.
회사는 "탈락한 두 여성 직원이 고급 관리자로 가는 역량이 부족했다"고 주장했지만, 중노위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두 여성 직원의 3년간 인사평가 평균이 남성 직원과 같거나 더 높았고 승진한 직원보다 직급 근무 기간이 더 길었지만 승진에서 밀렸다고 중노위는 설명했습니다.
또 회사가 승진 심사 기준이 정당하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성차별로 봤다고 밝혔습니다.
중노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간접 차별 사례에 시정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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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수 기자 (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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