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현장 동반 점검 윤 대통령·한동훈, '봉합 열차' 탑승(종합)
한동훈 "대통령에 대한 깊은 존중·신뢰의 마음 변함 전혀 없어"
(서울·서천=뉴스1) 박기호 김정률 신윤하 박기현 기자 = 최근 정면으로 충돌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점검한 후 함께 전용열차를 타고 상경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열차에서 민생 지원 등을 논의한 후 서울에 도착, "대통령에 대한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은 전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양측이 최근 불거진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만남은 당초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당직자들과 만날 계획이었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일정을 취소하고 서천특화시장을 긴급 방문했다.
비슷한 시간, 윤 대통령도 서천 방문 일정을 세웠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날 저녁 서천 화재에 대해 보고받은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 논의 후 현장 방문 일정을 결정했다. 이때 한 위원장이 현장에 갈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왔고 이후 대통령실은 당과 협의 후 일정을 조율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오늘 화재 현장에 한 위원장이 갈 것이라는 보고가 올라왔고, 그런 상태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따로 재난 현장에 가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 상황을 고민하면서 서로 시간을 맞췄고 거기에 두 분이 흔쾌히 그렇게 하자고 해서 일정이 조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이같이 일정을 조율했고 현장에 먼저 도착한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현장에 도착하자 허리를 깊이 숙여 90도 각도로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악수 후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치기도 하는 등 친근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은 함께 피해 현황을 보고를 받았는데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열차로 같이 타고 갈 수 있으면 갑시다"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자리 있습니까"라고 물은 후 익산역에서 만나 함께 전용열차에 탑승, 서울로 상경했다.
이들은 열차에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비롯해 화재 지원 방안 등을 주로 논의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열차에서) 여러 가지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길게 나눴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오늘은 재난 현장에서 고통을 겪는 상인들을 위로하고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간 것"이라며 "그 자리에서 지금 거론되는 정치 현안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만남에 주목했다. 이들은 최근 '사천'(私薦) 논란과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대응 등을 놓고 충돌했다. 현직 대통령과 집권여당 위원장의 관계인 데다 20년 지기로 검찰에서 동고동락하며 동료 이상의 관계를 형성한 이들의 갈등이었기에 파장은 상당했다. 봉합 수순이라는 전망 속에 양측은 전날 오후부터 냉각기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중론이었는데 예상보다 이른 만남에 주목도가 높아진 것이다.
일단 양측은 봉합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모양새다. 한 위원장은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은 전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거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 위원장은 "저는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4월10일 총선에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우리 국민들을 더 잘 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갈등설이 불거진 데 대해서는 "서로 다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것"이라며 "그런 말보다는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잘 나눴다"고 했다.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는 서로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양측의 대화 조성을 위한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여러 가지 이견으로 불거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런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금 자연스럽게 조성된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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