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휘날리는 제주공항 400여편 무더기 결항…2만여명 ‘발 동동’

23일 제주국제공항에 강풍을 동반한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400편이 넘는 항공편이 결항해 이용객 2만여 명의 발이 묶였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오후 2시 53분쯤 제주에 도착한 이스타항공 ZE215편을 마지막으로 제주 하늘길이 끊겼다.

제주에 매서운 눈보라가 친 23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출발층 항공사 대기 창구가 항공권을 구하려는 이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운항이 예정됐던 국내선 항공편 총 419편(출발 210, 도착 209) 가운데 14편(출발 6, 도착 8)만 운항했으며, 그나마 10편(출발 5, 도착 5)은 지연 운항했다.

국제선은 34편(출발 17, 도착 17) 중 12편(출발 5, 지연 7)이 운항했으며 18편(출발 9, 도착 9)이 결항됐거나 사전 비운항 조치됐다.

항공업계 등은 이날 오후부터 24일 새벽 사이 매우 강하고 많은 눈이 예보되자 사전 결항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제주공항에는 대설경보와 강풍경보, 급변풍경보가 발효 중이다.

항공업계는 제주에서 출발하는 예약 승객 기준으로 약 2만명의 발이 묶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각 항공사 카운터는 줄을 서서 새로운 항공권을 구하거나 탑승 날짜를 변경하려는 이용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항공사들이 일찍부터 운항 중단을 공지하자 대부분 이용객들은 오후 들어 숙소 등을 구해 공항에서 빠져나갔다.

공항 관계자는 “내일(24일) 오전까지 강풍으로 제주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이용객들은 사전에 운항 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전날에도 제주공항 국내선과 국제선 항공편 35편(출발 18, 도착 17)이 결항하고 200편(출발 101, 도착 99)이 지연 운항했다.

◆바닷길도 차질…눈길 사고 잇따라

제주도 산지에 대설경보와 강풍주의보가 발효되면서 한라산 탐방은 전면 통제됐다. 한라산 횡단도로인 516도로와 1100도로 등 일부 도로의 차량 운행도 통제됐다.

제주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 산지·중산간에 대설경보, 그 외 지역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 중이며 제주도 육상 전역에는 강풍주의보, 해상에는 풍랑경보 또는 주의보가 각각 내려진 상태다.

지난 21일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내려 쌓인 눈(신적설) 현황을 보면 한라산에는 사제비 34.4㎝, 어리목 33㎝, 삼각봉 23.2㎝ 등의 눈이 쌓였다.

그 외 지역은 한라생태숲 16.4㎝, 산천단 9.3㎝, 가시리 8.9㎝, 한남 6.5㎝, 유수암 5.9㎝, 표선 5.3㎝, 송당 4.6㎝, 중문 3.8㎝, 성산 3.2㎝, 안덕화순 3.1㎝, 한림 1.4㎝, 제주 1.7㎝ 등을 기록하고 있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오후 4시 기준 일 최대순간풍속이 고산 초속 29.8ｍ, 우도 23.8ｍ, 가파도 22.8ｍ, 김녕 22.7ｍ, 구좌 21.9ｍ, 제주 20.7ｍ, 제주공항 20.4ｍ 등을 기록했다.

해상의 강풍과 풍랑으로 바닷길 운항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제주운항관리센터에 따르면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8개 항로 여객선 10척 중 4개 항로 4척이 결항했다.

도로 사정도 좋지 않다.

오후 4시 현재 1100도로, 516도로, 비자림로는 대·소형차량 모두 통행이 통제됐으며 제1산록도로와 명림로는 소형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대형 차량도 월동장구를 갖춰야 지날 수 있다.

첨단로는 대·소형차량 모두, 남조로와 제2산록도로는 소형 차량의 경우 월동장구를 갖춰야 하며 그 외 시내 주요 도로에서도 소형 차량은 월동장구가 필요하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도 잇따랐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3분쯤 제주시 노형동 한 거리를 걷던 시민이 미끄러지는 등 전날부터 이틀간 7명이 낙상사고를 당해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전 8시 52분쯤 제주시 조천읍 일주동로 인근 눈 쌓인 골목길에 고립됐던 차량 운전자가 구조됐고, 비슷한 시각 제주시 용담동 한 도로에서는 차 대 차 눈길 교통사고가 발생해 80대 탑승자 1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전날 오후에는 제주시 한경면 한 횡단보도 신호등이 흔들리고 화북일동에 있는 한 건물 외벽이 떨어져 안전조치가 이뤄지는 등 전날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구급·안전조치 22건이 이뤄졌다.

기상청은 서해상에서 발달하는 눈구름대 영향으로 24일 오전까지 제주에 강하고 많은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으며, 24일 낮부터 25일 오전까지는 비 또는 눈(중산간 이상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예상 적설량은 25일까지 산지 10∼30㎝(많은 곳 40㎝ 이상), 중산간·동부 5∼15㎝(많은 곳 20㎝ 이상)며 해안은 24일까지 3∼8㎝다.

기상청은 특히 이미 제주에 많은 눈이 내려 쌓인 가운데 이날 오후부터 24일 새벽 사이 매우 강하고 많은 눈이 내리겠으니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붕괴와 차량 고립 등의 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눈이 쌓이거나 내린 눈이 얼어 도로가 매우 미끄럽겠고, 눈이 강하게 내리는 지역에서는 가시거리가 급격히 짧아지는 곳이 있겠으니 교통안전과 보행자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