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스턴을 택한 다저스, ‘2티어’ 투수들의 시간?···류현진 계약도 희망적이다

제임스 팩스턴.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며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한 LA 다저스가 선발 로테이션에 또 한 명의 FA 선발 투수를 추가했다. 류현진(37)과 같은 등급으로 평가받았던 베테랑 왼손 강속구 투수 제임스 팩스턴(36)이 그 주인공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3일 “다저스가 제임스 팩스턴과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다저스는 계약기간 1년, 연봉 1200만 달러(약 160억원)에 팩스턴과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팩스턴은 지난해 보스턴에서 19경기에 선발 등판해 7승5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인해 5월에서야 시즌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6월 한 달간 5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74의 뛰어난 투구로 아메리칸리그 6월의 투수에 뽑히기도 했다.

MLB닷컴은 “팩스턴의 2023년은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공을 던질 수 있어 행복을 느꼈던 시기였다”며 “팩스턴은 2021년 뉴욕 양키스와 시애틀에서 6번 등판한 것이 전부였다. 2021년 4월 토미존 수술을 받은 후 2022년 보스턴으로 옮겼으나 1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팩스턴이 감당한 부상의 길을 정리했다.

수년간 부상을 겪으면서 건강에 의문부호가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선발 로테이션의 후미를 맡아줄 정도의 가치는 있다. 팩스턴은 지난해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5.2마일에 달했는데, 왼손 선발 투수들 가운데에서는 5번째로 빨랐다. MLB닷컴은 “지난해 마무리가 썩 좋지는 못했지만, 이는 피로도와 무릎 부상 때문이기도 했다”며 “건강에는 항상 의문이 따르지만, 그럼에도 지난해는 기대대로 좋은 활약을 했다. 장기적으로 고무적인 신호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겨울 오타니 쇼헤이(10년 7억 달러)와 야마모토 요시노부(12년 3억2500만 달러), 두 일본인 선수 영입에만 10억 달러를 넘게 투자한 다저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탬파베이 레이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정상급 선발 투수 타일러 글래스나우를 영입한 뒤 그에게 5년 1억3656만2500달러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파워를 갖춘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도 1년 2350만 달러에 영입했다.

이처럼 물쓰듯 돈을 퍼부었음에도 다저스에게 고민거리가 있었다면 바로 선발진이었다. 투타 모두 정상급인 오타니는 토미존 수술로 인해 올해는 타자로만 경기에 나서지만, 야마모토와 글래스나우를 데려와 선발 로테이션의 앞쪽을 든든하게 보강했고 워커 뷸러가 토미존 수술에서 회복해 돌아오며, 지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건 바비 밀러도 있다.

클레이튼 커쇼. 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야마모토는 메이저리그에서 단 1구도 던져보지 않았고, 글래스나우도 부상 위험도가 높은 투수로 아직 규정이닝을 소화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난해 수술이 두 번째 토미존 수술이었던 뷸러의 팔꿈치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있으며, 밀러는 지난해 잘 던지긴 했지만 선발 등판 횟수는 여전히 많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몇 년간 부상에 시달렸지만, 지난해 부활의 조짐을 보인 팩스턴은 다저스 입장에서 안정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팩스턴의 영입은 다저스가 류현진과 결합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팩스턴은 이번 FA 시장에서 류현진, 마이클 로렌젠 등의 투수와 함께 ‘2티어’로 분류되는 투수였다. 다저스는 팩스턴 외에도 선발 자원이 다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가치가 꽤 높은 류현진까지 추가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다저스는 프랜차이즈 스타 클레이튼 커쇼도 어떻게든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이는 류현진에게도 긍정적인 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FA 시장에는 선발 최대어로 꼽히는 블레이크 스넬과 조던 몽고메리가 여전히 팀을 찾지 못하고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2티어로 분류되던 팩스턴이 먼저 팀을 찾았다는 것은, 많은 팀들이 몸값이 비싼 스넬과 몽고메리를 뒤로 하고 다소 저렴하면서도 검증이 된 선발 투수들을 영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비록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손을 내밀지는 않았지만, 류현진이 행선지로 언급되는 팀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아직 초조할 때는 아니다.

류현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