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은 다우, 맥 못추는 코스피…‘엇갈린 행보’ [美·日 vs 韓 증시 ‘엇갈린 행보’]

이도형 2024. 1. 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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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다우지수 3만8000 사상 첫 돌파 등
경제연착륙 기대감에 최고치 경신
日 닛케이지수도 연초 대비 9% 껑충
해외 투자자들 몰리며 상승세 주도
코스피, 2024년 7% 급락 2400선 맴돌아
차익실현·美 금리인하 기대감 하락 속
中 디플레 우려 등 경제 둔화 악재로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연초 대비 9% 가까운 상승세를 보인다. 미국과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세와는 달리 한국 코스피는 하락추세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600선을 넘어 2700선까지 갈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지만 20여일이 지난 지금, 코스피는 2400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차익실현 매물 소화 등의 이슈가 거론되는 가운데,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국경제의 둔화, 미국발 고금리 인하 기대 축소 등이 한·미·일 주식시장의 ‘엇갈린 행보’ 이유로 꼽힌다.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22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38.01포인트(0.36%) 오른 3만8001.81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가 3만8000 이상 지수로 마감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S&P500 지수도 전장보다 10.62포인트(0.22%) 상승한 4850.43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49.32포인트(0.32%) 뛴 1만5360.29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의 역대 최고치는 2021년 11월 기록한 1만6057.44로 현 수준보다 4.5%가량 더 높다.
천장 뚫은 다우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직원이 하늘을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리고 있다. 다우지수는 이날 3만8001.81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AF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시장 기대보다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제 연착륙 가능성과 업황 개선 기대감 등이 커지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끄는 빅테크 종목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등 ‘매그니피센트 7’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일본 증시도 올해 들어 급격히 상승하며 거품 경제 시절인 1989년 말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나오고 있다.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23일 장중 한때 전날보다 350포인트 가까이 오르며 3만6896을 기록했다. 닛케이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 4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상승세를 그리며 3400포인트 이상 올랐다.

일본 증시 호조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상승세를 주도하는 것은 해외 투자자”라고 분석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공표한 1월 9∼12일 투자 부문별 주식 매매 현황에서 해외 투자자 순매수액은 9557억엔(약 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이날 올해 첫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증시는 사정이 다르다. 2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4.26포인트(0.58%) 오른 2478.61에 마감했다. 하지만 연초 대비로는 완연한 하락세다. IBK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는 22일 종가 기준 지난해 연말 종가 대비 -7.19%의 하락률을 기록해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 증시 중 홍콩 항셍(-12.24%),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7.35%)에 이어 세 번째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한국 코스피의 ‘마이너스’ 수익률에는 여러 이유가 꼽힌다. 우선 거론되는 것이 ‘차익실현 매물’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스피는 지난해 연말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단기 급등 여파로 차익실현 물량이 출회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12월의 코스피 수익률은 16.6%로 세계 평균(12.2%)과 미국(13.7%) 주가 상승폭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차익실현만으로 현재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12월에 한국 코스피가 많이 오른 건 맞지만, 다른 국가 주식시장도 많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발 조기금리 인하 기대심리 차단 효과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연준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잇따라 발신되면서 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지고, 안전자산인 달러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30∼1340원대를 오가고 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금리는 ‘선진국’ 시장보다는 ‘신흥국’ 시장에 더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찔끔 오른 코스피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0.58% 오른 2478.61에 장을 마감한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한국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중국경제가 둔화하고 있는 것도 미국, 일본과 달리 한국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이유로 거론된다. 최근 중국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5개월 연속 동결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어찌 됐든 한국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라며 “중국의 부정적 여파가 있는 것 같다.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주식시장도 안 좋은데, 이 나라들은 원자재 판매 비중이 커서 중국경제로부터 영향을 받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가진 ‘취임 1주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올해 첫 번째 핵심과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꼽았다. 서 회장은 “상장기업의 배당성향 제고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환원책을 유도하는 자본시장 밸류에이션(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공모 주식형펀드를 포함한 장기 직간접 주식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또한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식투자자 수는 1441만명으로 2017년 505만명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상당수 국민이 자본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서 회장은 자본시장 관련 세제 인센티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물론 가계의 자산 증가,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도형·서필웅·안승진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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