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홍익표 "원전 사용 반도체 해외 못팔아"… 애플은 원전도 가능

임재섭 2024. 1. 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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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반도체 산업 관련행사에서 "탈원전을 하게 되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산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발언에 대해 "기업에는 불안을, 국제 사회에서는 웃음거리가 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을 아예 그냥 문 닫기로 작정한 것 아닌가 싶다. 귀를 의심했다"며 "RE100에 따라서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전력이 재생 에너지로 만들어져야, 아주 주요한 바이어들인 애플, 구글, BMW 등 주요 수요자에게 반도체를 팔 수 있다. 여기에 원전으로 공장을 돌리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우리나라 반도체 공장에서 많은 돈을 들여서 생산한 제품을 큰 대기업들이나 글로벌 기업들에 팔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냐"면서 "대통령의 말과는 반대로, 원전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면 첨단산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2022년 11월 개최한 탄소중립컨퍼런스에서 한국 기업이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루지 못하면 한국 주요 수출산업 규모가 40% 축소되고 GDP는 3.8% 줄어든다고 발표한 내용과, 삼성전자가 자체보고서를 통해 RE100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최대 31조 5000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한 내용 등을 소개했다. 홍 원내대표는 "결국 RE100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데, 원전으로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주장은 반도체 산업은 안중에도 없고 원자력 산업만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원전으로 전력을 공급해 반도체를 만들면 해외에 거의 팔 수가 없다는 게 홍 원내대표의 논지지만 재계나 업계는 "민주당이 RE100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 같다"고 반박했다. '원론적으로 틀렸다고 할 수 없지만 RE100의 취지를 잘 이해 못한 것 같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재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반도체 상품의 경우)유럽 등에 수출하려면 완제품 뿐만 아니라 부품이나 원재료 같은 것에 대한 탄소 소비량을 계산하게 돼 있고, 어느정도 수준을 넘으면 탄소세를 물게 된다"면서 "수출을 못하는 게 아니고 돈을 좀 더 내야하는 부분이어서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상당부분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한국의 경우 원전을 늘릴수록 탄소배출량이 줄어 당장 원가경쟁력 부담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다른 관련 업계 관계자는 "RE100에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직접 조달하거나 구매하는 방법도 있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재생에너지 활용 문제는 제반 환경의 어려운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REC처럼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사서 기업들은 사는 비용을 부담하고 그 금액이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산업에 재투자되는 식의 제도도 있다"면서 "전반적인 취지는 비중을 넓혀가라는 게 맞지만 현실적인 고려를 해야하고, 다른나라도 그런 고려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에너지원 상으로만 보면 원전이 현재까지는 RE100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거꾸로 RE100을 시행하는 본래 취지가 탈탄소에 있다는 점에서 (탄소배출량이 일부 재생에너지보다 적은)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로 만든 물건을 못판다는 건 기존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애플의 경우 이미 지난해 환경 진보 보고서에서 애플이 2018년 이후 기업 운영을 위해 생성하거나 확보한 전기는 '100% 재생 가능 에너지'라고 설명하면서, 이와 별개로 제조 공급망 및 제품 사용 전체를 100% '깨끗한 전기'로 신속히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재생 전기'는 풍력·태양열·저영향 수력 발전소 등 같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에너지이지만, 제조 공급망에 적용할 기준인 '깨끗한 전기'는 재생 전기뿐만 아니라 핵 및 대규모 수력 발전소와 같은 설비도 포함된다. 홍 원내대표의 논지와는 다르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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