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물가보다 침체 대응에 기울었다···현시점 침체 확률 55%”

뉴욕=김흥록 특파원 2024. 1. 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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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해외 특별인터뷰]
■애나 웡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10월 기점 실업 등 경기침체 신호 뚜렷
최신 연준 베이지북···둔화 우려 역력
파월 의장, 12월 FOMC서 침체 대응 선택
1분기 GDP -0.2%, 연말 실업률 5% 전망
“대만 해협 갈등, 세계 3차 대전 될 것”
애나 웡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서울경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침체를 피하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메시지를 던진 것은 침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사실상의 금리 인하를 선택한 것입니다.”

애나 웡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미국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FOMC 회의 직후 10년물 국채금리는 4.2%에서 3.9%로 떨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FOMC에서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를 줄 것으로 전망한 월가의 몇 안 되는 이코노미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2021년 블룸버그이코노믹스에 합류하기 전 5년간 연준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로 근무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서 수석국제이코노미스트 등으로 일했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침체 대응 쪽으로 돌아선 것은 내부적으로 경기 둔화의 신호를 읽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연준이 지난해 11월 말 내놓은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을 예시로 들었다. 당시 베이지북은 12개 관할 지역 중 8곳의 경제가 제자리걸음하거나 감소한다고 보고했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11월 베이지북은 침체가 시작됐던 2001년 3월의 베이지북과 비교해도 더 나쁜 분위기를 담고 있다”며 “12월 FOMC에서 위원들이 2023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을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0.8%로 제시한 점은 연준이 이미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웡 이코노미스트도 미국 경제가 지난해 10월 이미 침체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는 비영리 경제 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공식 판단하는데 통상 경기 침체가 끝난 후에야 언제 침체를 겪었는지 알 수 있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추후 우리가 침체를 겪었다고 NBER이 발표한다면 그 시작 시점은 지난해 10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했다.

판단의 근거는 실업률 등 고용 시장의 변화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6개월 평균 신규 실업자 수가 구직자 수를 4개월 이상 초과한다면 이는 경기 침체가 이미 한 달 이상 진행 중이라는 의미”라며 “이 기준을 비롯해 실업률에 기반해 침체를 진단하는 28가지의 이론 가운데 많은 지표들이 10월을 기점으로 크게 악화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는 미국이 올 한 해 얕은 수준의 침체를 겪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 과정에서 실업률은 올 1분기 4.3%까지 오른 뒤 연말께 5%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미국 실업률은 3.7%다. 미국 GDP 성장은 1분기 -0.2%로 하락한 후 하반기에도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연준이 지난해 12월 FOMC에서 사실상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연착륙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커졌다는 게 웡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그가 말하는 연착륙 시나리오는 실업률이 4.1% 선에서 멈추고 고용 시장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형태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이대로 얕은 침체에 빠질 확률은 55%, 연착륙으로 돌아설 확률은 45%”라며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연준이 1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경우 연착륙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웡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침체보다 인플레이션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 금리를 인하하면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통제하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며 “만약 지정학 이슈 등으로 유가가 급상승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할 수 있고 이때는 대응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정학 이슈 중에서는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을 최대 위협으로 꼽았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을 둘러싸고 사고가 터지거나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는 3차 세계대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부터 중동·아시아에 걸친 동시다발적 전쟁을 전 세계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은 전략자산이 많기 때문에 전쟁이 나면 통제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고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세계가 전략 부품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대만 전쟁은 인도주의적으로나 경제 관점으로나 큰 재앙”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최근 강화되고 있는 세계경제의 블록화 현상은 한국에 유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선진국의 전자 제품 수요가 몰리는 곳이자 반도체 무역에 있어 대만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벨웨더(bellwether·기준)”라며 “우리의 분석 결과 만약 미국과 중국이 디커플링(분리)을 할 경우 한국은 잠재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진영에서 모두 손을 내밀면서 외려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한국은 미중 블록으로 나뉘는 세계에서 어떻게 운신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며 “유럽과 미국이 디리스킹(위험 경감)에 나서는 것처럼 한국도 이런 전략을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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