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 따로 가면 이상해"... 尹, 회의 도중 한동훈과 만남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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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23일 만남은 전격적이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오늘 아침 화재 현장에 가는 문제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고, 곧바로 비서실장 주재 회의를 열고 방문 시점으로 오전과 오후 중 언제가 좋을지에 대해 회의를 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한 윤 대통령에게 한 위원장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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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논란, 사천 논란에 대해서 언급 안 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23일 만남은 전격적이었다. 이날 회의 도중 윤 대통령의 결정으로 성사됐다. 화재 현장을 찾아가는 민생 행보가 다리를 놓았다. 양측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만나야 한다'는 필요성을 서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시기와 장소를 잡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전날 밤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가 발생하자 함께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오늘 아침 화재 현장에 가는 문제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고, 곧바로 비서실장 주재 회의를 열고 방문 시점으로 오전과 오후 중 언제가 좋을지에 대해 회의를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회의 도중 당에서도 한 위원장이 화재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보고가 올라왔고 ‘대통령과 당이 따로 민생 현장을 방문하는 모습이 더 이상하다’는 의견이 모아져 함께 방문하는 걸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당초 당 사무처를 돌아보는 일정을 잡았다가 급히 서천 화재 현장으로 행선지를 바꿨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은 21일 밤부터 표면화됐다. 하지만 이때부터 이미 두 사람이 만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일부 참모들을 모아 놓고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김 여사는 피해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파국으로 보여선 안 된다’는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22일에는 관계 회복 의지를 더 강하게 내비쳤다. 민생 토론회까지 취소하며 숙고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한동훈은 내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후배’ 등의 전언을 주변에 전달하며 한 위원장을 향한 신뢰를 강조했다.
결국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한 윤 대통령에게 한 위원장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 양측은 이날 만남에 앞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과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에 대해 물밑에서 이해의 접점을 늘려가며 갈등 봉합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천에서도, 같이 서울로 기차를 타고 올라오는 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은 그간 어떤 경로로든 김 여사 논란에 대한 발언 수위를 조절하고 김 비대위원의 거취에 대해 판단하라는 점을 요구받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에 대한 응답이 화재 현장에서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조만간 한 위원장을 포함한 당 지도부와 별도 회동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비대위원장에 추대된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하거나 윤 대통령과 따로 대화한 자리가 없었다. 대통령실이 설을 전후로 당 지도부를 초청해 민생을 토론하는 자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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