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싫다' 거절에도 회유하더니"…ELS 투자자들 '울분'

신민경 2024. 1. 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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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 한 강당에 50~80대 어르신들이 모여들었다.

양 의원은 "홍콩 지수 ELS 피해 사태가 발생한 뒤로 하루에도 10통이 넘는 피해 호소·사태 수습을 요청하는 내용의 편지가 매일 쏟아져 들어 왔다"며 "수백통의 이메일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노후 생활자금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젊어서 성실하게 저축했던 분들이 이자 조금 더 받을 수 있다는 은행 직원의 말만 믿고 투자계약서에 서명했다가 원금도 보장받기 힘들다는 통지를 받았다는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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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ELS 사태 피해현황 토론회
"우린 투자자 아닌 피해자"
"은행의 고위험·고난도 상품 판매 금지해야"
사진=신민경 기자

"지난 집회 때는 휠체어를 타고 갔지만 오늘은 밀어줄 사람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 혼자 목발을 짚고 왔다. 오는 길이 험하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간절함이 컸다." (경기도 거주 A씨)
"기차 타고 오는 길 심란한 마음만 가득했다. 돈을 되찼겠다는 마음뿐이다."(울산 거주 B씨)

2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 한 강당에 50~80대 어르신들이 모여들었다. 대부분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원금 손실을 눈앞에 둔 투자자들이다. 

이날 국회에서 무소속 양정숙 의원 주도 아래 열린 '홍콩 ELS 사태' 토론회에는 500여명의 투자자들이 몰렸다. 이들은 홍콩H지수 ELS 판매를 두고 투자자들의 피해 현황을 짚었다. 나아가 금융기관의 법적 책임소재를 따져보고 업계와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홍콩H지수가 연일 추락하면서 ELS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2296억원 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5대 은행에서는 이달 8일부터 첫 원금 손실이 확정됐는데, 11일 만에 손실액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만기 도래한 홍콩H지수 기초 ELS 중에선 최고 56.1%의 원금 손실률도 확인된 상태다.

전주에 거주하는 C씨는 이날 "우리는 ELS에 자발적으로 투자한 투자자가 아니다. 어느 누구도 은행에 투자하러 가지 않았다"며 "위험성에 대한 어떤 고지도 없이 '은행원 본인도, 가족도 가입했다' 등 각기 다른 지역의 은행원들이 다 똑같은 말로 안전하다며 피해자들을 종용했다"고 성토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은행권이 '안정성'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ELS를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 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투자성향은 안전성향으로, 원금보장을 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2019년 해외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F 사태에서 은행은 '독일, 영국이 망하지 않으면 안전하다'며 팔았는데 이번 홍콩H지수 ELS 사태도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한 자영업자는 '주식은 무섭고 싫다'고 했음에도 직원으로부터 "안전하고 6개월, 1년 정도 상환돼 이자가 들어오고 단기로 이용하기 좋다"는 권유를 받아 투자했다.

김 대표는 "애초에 은행에서 고위험·고난도 금융상품인 ELS 상품 판매를 허용한 게 큰 문제"라며 "금융당국은 판매사들의 현장검사를 통해 판매원칙에 대한 준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위법사항에 대해 CEO까지 강력히 제재하는 등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홍콩 지수 ELS 피해 사태가 발생한 뒤로 하루에도 10통이 넘는 피해 호소·사태 수습을 요청하는 내용의 편지가 매일 쏟아져 들어 왔다"며 "수백통의 이메일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노후 생활자금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젊어서 성실하게 저축했던 분들이 이자 조금 더 받을 수 있다는 은행 직원의 말만 믿고 투자계약서에 서명했다가 원금도 보장받기 힘들다는 통지를 받았다는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는 사태 책임의 원인을 외면하고, 책임회피를 할 것이 아니라 사태 수습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나아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대책을 내놓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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