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노리는 모디 인도총리 … 힌두교 성지서 황제같은 출정식
'람 만디르' 사원 개관식 참여
힌두·이슬람 오랜 분쟁 지역
32년전 무슬림 2천명 희생된곳
개관식에 전세기 80대나 동원
사실상 4월총선 출사표 무대로
오는 4월 선거에서 3연임에 도전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사실상의 초호화 선거 출정식을 열었다. 30년 전 종교 분쟁으로 무슬림 2000여 명이 희생당한 곳에 건립된 힌두교 사원 개관식에 그가 등장하면서, 힌두교의 지지를 받는 모디 총리의 인도인민당(BJP)이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모디 총리 경쟁자인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의 라훌 간디 전 총재는 "종교 행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디 총리가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에 건립 중인 힌두교 사원 '람 만디르' 1단계 개관식에 참석하면서 힌두 민족주의 물결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사원은) 2014년부터 인도를 통치해온 모디 총리의 BJP가 세 번째 임기를 위해 시작한 핵심 프로젝트"라며 "힌두교의 바티칸으로 불린다"고 밝혔다.
람 만디르 사원은 인도 정부가 2900억원을 들여 16세기에 무너진 힌두교 사원을 재건축한 곳이다. 완공 시점은 내년 12월이다. 인도 정부는 람 만디르 사원이 완공되면 매일 최대 15만명이 찾는 인도 내 최대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으며, 실제 이 사원을 위해 공항과 기차역을 새로 지었다. 사원 주변에 래디슨, 타지 등 유명 브랜드 호텔도 건설 중이다. 15억명에 달하는 인도 인구 중 80%는 힌두교이며 15%는 무슬림이다.
인도 정부는 이날 1단계 완공을 명목으로 거대한 개관식을 열었고, 모디 총리는 정관계, 재계 인사부터 발리우드 배우, 스포츠 스타까지 전세기 80대를 동원해 8000명을 불러 모으면서 사실상 초호화 선거 출정식으로 만들었다. 개관식에서는 힌두교를 상징하는 사프란(주황)색 깃발이 휘날렸고, 헬리콥터가 하늘에서 꽃을 뿌리기도 했다.
또 지역 곳곳에는 힌두교 신과 모디 총리의 입간판이 나란히 세워지면서 사실상 선거운동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행사는 전국으로 생중계됐으며 정부는 이날 모든 관공서의 반일 휴무를 발표했다. 주식시장도 열리지 않았다. 모디 총리는 "오늘 수 세기간 기다린 끝에 라마신이 도착했다"며 "람 만디르 사원은 분쟁이 아닌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총리에 올라 2019년 연임에 성공했다.
CNN은 "이번 개관식은 모디의 선거 캠페인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람 만디르 사원은 이 나라를 힌두 국가로 변화시키려는 모디 총리의 꿈을 실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한 정치평론가 프리트비 다타 찬드라 쇼비는 "총리가 마치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황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외신은 초호화 선거 출정식을 종교 분쟁이 발생한 지역에서 연 모디 총리를 향해 비판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인도 최악의 종교 분쟁인 '아요디아 사건'이 벌어지고도 처벌조차 되지 않은 곳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요디아는 힌두교 최고 성지 중 하나로 7000년 전 이상적 힌두교 지도자인 라마신이 태어난 곳이라고 믿는 지역이다.
문제는 1528년 인도를 지배한 무굴제국이 힌두교 사원을 허물고 이슬람 모스크를 세우면서 발생했다. 이후 이 지역에서는 지난 500년간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1992년 모디 총리의 정당이자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운 BJP가 제1당에 오르며 종교문제가 화두로 떠올랐고, 당시 힌두교도 20만명이 이슬람교도 2000명을 죽이고 아요디아의 모스크를 파괴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디 총리가 힌두교도들이 이슬람교도에 대한 폭력 사건에도 처벌받지 않은 선례를 남긴 곳에 참석한 것"이라며 "람 만디르 사원은 모디 총리가 인도에 힌두교 패권을 확립하는 최고의 업적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인도 역사학자 카필 코미레디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모디 총리와 BJP가 헌법상 모든 종교를 동등하게 모시는 세속 공화국인 인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며 "모디 총리를 중심으로 인도 국교로서 힌두교 대관식이 열린 것으로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자 인도에는 슬픈 일"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야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모디 총리의 최대 경쟁자인 간디 전 총재는 "모디 총리가 완전히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야당인 전인도이슬람교연맹이사회의 아사두딘 오와이시 의원도 "이슬람 모스크가 매우 체계적으로 약탈당했다"며 "1992년에 파괴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같은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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