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알루미늄 배트 회귀?' 거포 부활 VS 투수 혹사

CBS노컷뉴스 동규 기자 2024. 1. 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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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A, 고교 야구 비목재 배트 전환 주제로 한 공청회 예고
배트 사용 주체인 선수, 학부모 참석하는 대규모 공청회는 최초
현재 찬반 여론 팽팽한 가운데 한국 야구 문제의 원인, 배트에 있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
1980년대 고교 야구 경기 모습. 자료사진


"알루미늄 배트(bat)로 회귀, 여러분의 의견은?"

고교 야구의 알루미늄 배트 재사용 여부와 관련한 공청회가 열린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다음달 28일 대전보건대학교에서 '18세 이하부 비목재 배트 전환'을 주제로 한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비목재 배트'는 알루미늄 방망이를 말한다.

공청회에는 선수, 현장 지도자, 학부모, 공인 업체 및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그동안 KBSA 주도로 현장 지도자 설문과 공인 업체 공청회 등이 진행되기는 했으나, 배트 사용 주체인 선수와 학부모까지 참석하는 대규모 공청회는 처음이다.

이날 알루미늄 배트로 전환에 대한 발표자들의 찬반 의견이 공개된다. 또 알루미늄 배트 전환시 장단점 등에 대한 토론이 진행된다. 목재와 알루미늄 배트 관련 전문 지식 보유자들도 발표자 자격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야구계에서 고교 야구의 알루미늄 배트 전환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찬성 쪽은 투수·야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다수고, 반대 쪽은 국제 경쟁력에 역행한다는 반박 의견을 내고 있다. KBSA의 '현장 지도자를 상대로 벌인 설문 조사와 공인 업체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어느 쪽 여론이 우세하다고 판단하기 힘든 결과가 도출됐다.

'두가지 배트' 지난 2012년 양준혁 야구재단 주최로 열린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 출전한 윤석민이 알루미늄 배트와 나무 배트 사용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양준혁 야구재단 제공


고교 야구에서 알루미늄 배트가 사라진 것은 정확히 20년 전이다. 2004년 전격적으로 나무 배트로 바뀌었다. 국제 대회 적응이 주된 이유였다. 당시 KBO 리그에서 적응력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한몫 했다.

그러나 이후 알루미늄 배트 부활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부활론은 한국 야구가 국제 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낼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했다.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에서 일본에 2 대 14, 7회 콜드패를 당했을 때와 지난해 WBC 1라운드 B조 2차전에서 일본에 4 대 13으로 졌을 때가 대표적이다.

장종훈, 양준혁, 이승엽 등 한국 야구를 주름잡았던 거포들이 알루미늄 배트 부활에 찬성하는 야구계의 대표적 인사들이다. 이들은 '고교 때는 나무 배트를 이기지 못한다', '어릴 때 자기 스윙을 해보고 프로에 와도 늦지 않은데 나무 배트를 쓰면 마음껏 스윙하기 어렵다', '거포는 사라지고 잔기술만 늘었다', '나무 배트 사용으로 투수들은 실력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다' 등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반면 정민태, 임호균 등 투수 출신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한 알루미늄 배트 부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알루미늄 배트는 투수들 죽으라는 소리다', '현 아마추어 야구 투수력에서 알루미늄 배트까지 도입하면 (투수의) 혹사 현상이 더 심해진다', '투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의 논리를 앞세워 고교 야구에서 나무 배트 사용은 마땅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관련한 세계적 추세는 어떨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18세 이하 야구 월드컵에서는 나무 배트를, 15세 이하 야구 월드컵과 미국, 일본의 고교 야구에서는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한다. 미국, 일본의 알루미늄 배트는 반발 계수를 저하시켜 나무 배트와 비슷한 반발력의 배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경기력 강화와 경기력 향상이 어떤 배트를 사용하느냐에 달렸다는 논리 자체가 무리라는 주장도 상당하다. 한국 야구 문제의 미해결 현안을 배트를 명분 삼아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이 이 같은 주장의 골자다.

임호균 원로 야구인(을지대 평생교육원 교수)은 지난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알루미늄 배트 전환 문제와 관련해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아마추어 현장 지도자들과 프로 지도자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KBO가 육성 전반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KBSA 관계자(운영팀)도 CBS노컷뉴스의 관련 취재에 "배트의 재질 문제로 공청회는 열지만 여러 가지로 예민한 문제다. 유소년과 고교 선수들의 훈련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관점 등도 병행해서 다각도로 살펴볼 부분"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KBSA는 '협회가 이미 알루미늄 배트를 부활하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는 일각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협회의) 방향성은 정해지지 않았다. 공청회는 요식적인 절차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는 단계다. 규정 개정도 필요한 등 바로 결정 낼 사안은 아니다. 추가 연구 등을 통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양쪽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정확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공청회 참여 희망자는 다음달 14일까지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의견 개진자는 같은 달 22일까지 협회 이메일을 통해 관련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CBS노컷뉴스 동규 기자 dk7fl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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