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깎고 1주일 만에 포기 여부 정해라"…난리 난 R&D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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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삭감으로 인한 연구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변경된 예산이 각 사업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불과 수일 내에 기존 R&D 사업 포기 여부를 결정하라는 통보를 받으면서다.
또 다른 대학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의 과제는 도전적인 과제들이 많기 때문에 연구 목표를 낮추지 않는다는 취지도 이해가 되지만, 줄어든 예산으로 예전과 같은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부담은 결국 연구자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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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삭감으로 인한 연구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변경된 예산이 각 사업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불과 수일 내에 기존 R&D 사업 포기 여부를 결정하라는 통보를 받으면서다. 연구비는 줄었지만 기존에 수립했던 연구 목표를 유지하라는 지침에 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22일까지 계속과제 연구비 감액 조정에 대한 연구자들의 의견조회를 마무리했다. 올해 한국연구재단이 운영하는 기초연구 사업은 모두 연구비가 감액됐다. 감액 비율은 글로벌 리더연구, 중견연구, 우수신진연구, 세종과학펠로우십 사업이 각각 10%이며 기본연구와 생애첫연구의 경우 20% 줄었다.
과제를 수행하던 연구자들은 이달 말까지 연구를 지속할지 결정해야 한다. 다른 과제와 비교했을 때 삭감 비율이 적다고 해도 일단 예산이 깎인 상황에서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심지어 일부 연구자들은 대학교 산학협력단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연구비 감액 조정 관련 안내문을 늦게 전달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구자는 “공문을 15일이 지나서야 받았는데 2주 만에 연구를 계속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연구를 포기할 경우 의견조회 종료 직후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연구자에게 통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삭감 비율이 공지되고 불과 2~3일 만에 사업 종료 절차에 착수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의 올해 신규과제 공모가 내달 2일 종료되는 일정을 앞두고 담당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구자들은 한국연구재단의 이번 삭감 통보가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이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방 소재 한 대학 교수는 “다른 과제에 비해 삭감 비율이 적다고 해도 연구자 입장에선 연구수당을 깎으면서 연구를 유지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모든 절차가 정신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비를 감액했지만 연구 목표는 그대로 유지하라는 지침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대학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의 과제는 도전적인 과제들이 많기 때문에 연구 목표를 낮추지 않는다는 취지도 이해가 되지만, 줄어든 예산으로 예전과 같은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부담은 결국 연구자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구자들의 의견을 접한 정부는 목표 수정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한국연구재단 기초과제는 1인 1과제가 원칙이기 때문에 계속과제를 포기하는 연구자들이 신규과제에 접수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일정을 수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비 삭감에 따른 연구 목표 조정의 경우 예산이 줄어든 만큼 목표를 수정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과기정통부는 연구비 감액으로 계속 과제 중단을 희망하면 정당한 사유의 수행 포기로 인정하고 참여 제한 없이 올해 새 과제 신청 기회를 준다는 방침이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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