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이 만든 꿈, 2024 강원에서 펼치다…튀니지서 온 봅슬레이 꿈나무, 자국에 첫 동계올림픽 메달 안겨

배재흥 기자 2024. 1. 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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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탕 루리미(튀니지)가 23일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4 강원 남자 모노봅 1차 시기를 마치고 썰매에서 내리고 있다. 평창|배재흥 기자



23일 오후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이하 2024 강원) 봅슬레이 남자 모노봅(1인승) 경기가 열린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9번째로 1차 시기에 나선 아프리카 튀니지 출신 조나탕 루리미(18)가 힘차게 썰매를 밀면서 출발선을 뛰쳐나갔다. ‘눈 없는 나라’ 튀니지에 동계올림픽 새싹이 돋아나는 순간이었다.

튀니지는 1924년 제1회 프랑스 샤모니 대회부터 2022년 제24회 중국 베이징 대회까지 단 한 번도 동계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한 나라다. 겨울 스포츠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나고 자란 루리미가 2024 강원에 출전할 수 있던 배경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는 평창 대회 슬로건이었던 ‘New Horizon’(새로운 지평)의 가치를 이어가고자 2020년부터 동계 스포츠 저개발국 선수의 육성을 지원하는 사업을 벌여왔다.

루리미도 평창기념재단 주관으로 이뤄지던 육성 사업에 참여했던 선수다. 축구와 하키를 좋아하던 그는 이 사업을 통해 여러 동계 종목 중 봅슬레이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빠르게 기량을 늘려 2024 강원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튀니지 대표로 여자 봅슬레이 선수 2명과 함께 이 대회에 참가한 루리미는 “튀니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라서 더 책임감이 크다”며 “2024 강원뿐 아니라 다가오는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따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여자 모노봅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태국 캄페올. OIS(Olympic Information Service) 제공



루리미는 2024 강원에서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뤘다. 1차 시기를 2위(54초79)로 마친 그는 2차 시기 55초17로 결승선을 통과해 합계 기록 1분49초96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루리미는 청소년 대회이긴 하나 튀니지에 동계올림픽 첫 번째 메달을 안긴 주인공으로 이름을 남겼다.

2024 강원에는 평창 대회가 남긴 지원 사업을 통해 태국, 대만, 몽골, 싱가포르, 브라질, 콜롬비아, 자메이카, 케냐, 튀니지 등 9개국 선수 25명이 6개 종목에 출전해 꿈을 펼쳤다. 전날에는 태국 봅슬레이 대표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던 캄페올 아그네스(18)가 여자 모노봅에서 1, 2차 합계 1분54초17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캄페올은 루리미와 마찬가지로 평창 유산 사업을 계기로 태국에 첫 동계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2024 강원 조직위원회는 “동계 스포츠의 저변을 확대한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남자 모노몹 금메달리스트 소재환(가운데)이 은메달을 딴 루리미(왼쪽)와 동메달의 주인공 츠샹위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남자 모노봅 경기에서는 한국에도 뜻깊은 메달이 나왔다. 봅슬레이 기대주 소재환(18·상지대관령고)은 이날 1, 2차 시기 모두 깔끔한 레이스를 펼쳐 합계 기록 1분48초63으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소재환의 금메달은 올해로 4회째인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한국이 처음 따낸 썰매 종목 메달이다. 이미 성인 국가대표팀의 일원이기도 한 소재환은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힌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며 새 역사를 썼다.

평창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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