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소집전날 교체 충격... '그날' 이후 각성한 AG의 그림자. 2024년은 그날 전일까 후일까[SC 포커스]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극적인 금메달로 야구팬들을 오랜만에 감격의 환희에 잠기게 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24명의 금메달 멤버에 꼭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대표팀 소집 전날인 9월 22일에 탈락했던 KIA 타이거즈의 왼손 투수 이의리다. 이의리는 대표팀에 뽑혔지만 소집 전에 손에 물집이 잡혔고, 이후 복귀 등판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롯데 자이언츠의 윤동희와 교체되는 아픔을 맛봤다. 공교롭게도 윤동희가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하며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은 대표팀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이의리는 물집 회복이 덜됐다는 이유로 대표팀에서 낙마했지만 실제로는 시즌 내내 이어온 불안했던 제구가 문제였다. 이의리는 9월 22일 이전 24경기서 10승7패 평균자책점 4.47을 기록했다. 108⅔이닝을 던져 87안타(4홈런)을 맞아 피안타율은 2할1푼5리로 좋았지만 80볼넷과 8개의 사구를 허용해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은 1.54로 높았다. 9이닝당 볼넷이 무려 6.6개였다.
물집 이후 복귀전이자 소집 전 마지막 등판이었던 9월 2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선 1⅓이닝 동안 2안타 2볼넷 1사구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1회말을 삼진 3개로 깔끔하게 출발했지만 2회말에만 안타 2개와 4사구 3개를 한꺼번에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손가락 물집을 이유로 이의리를 탈락시킨 뒤 이의리는 자신의 몸상태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시켜야했다. 그리고 자신이 대표팀에 뽑혀도 손색이 없는 투수라는 것 역시 증명해야 했다.
이의리는 탈락후 첫 등판이었던 9월 27일 창원 NC전서 7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단 77개로 7이닝을 던졌다.
이의리는 이후 3경기에서도5이닝 이상을 던졌다. 10월 9일 삼성전에선 115개의 공을 뿌리며 손가락에 이상없음을 증명했다.
탈락 전과 후의 수치는 분명히 달랐다. 탈락 후 4경기에서 이의리는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57을 기록했다. 23이닝 동안 10안타(0홈런) 13볼넷(0사구) 23탈삼진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2할3리로 더 좋아졌고, WHIP도 1.26으로 나아졌다, WHIP 1.26은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선 전체 10위의 성적이다. 9이닝당 볼넷도 5.09로 줄었다.
막판에 안정된 모습을 보이자 APBC 대표팀에서도 사령탑을 맡은 류중일 감독이 다시 이의리를 대표팀에 뽑았다. 그리고 이의리는 자신이 대표 선수로 손색없음을 실력으로 보여줬다.
11월 17일 도쿄돔에서 열린 예선 2차전 일본전에 선발 등판한 이의리는 6이닝 동안 6안타(1홈런) 3볼넷 3탈삼진 2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타선이 1득점에 그쳐 1대2로 패하며 이의리가 패전투수가 됐지만 이의리의 구위가 일본 타자들을 상대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위기 탈출 능력은 역시나였다. 1회말 1사후 연속 안타로 만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사토 데루아키를 3구 삼진, 만나미 츄세이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고, 3회말엔 볼넷, 안타, 볼넷으로 무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으나 4번 마키 슈고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1실점으로 막았다. 4회말 선두 만나미에게 솔로포를 맞은게 아쉬웠다. 6회말 홈런 맞은 마지막 타자 만나미와 승부하며 던진 마지막 96번째 직구가 152㎞를 찍을 정도로 이의리의 공은 끝까지 위력적이었다.
이의리는 데뷔 때부터 구위로는 충분히 상위 클래스지만 제구가 들쭉날쭉한 점이 지적을 받아왔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탈락이 오히려 이의리의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2024년에 만날 이의리는 '그날' 전의 이의리일까 이후의 이의리일까. 이닝수를 보면 알 수 있을 듯. 지난해 이의리는 28번의 선발 등판에 131⅔이닝을 던져 25번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 중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부상등의 이유가 있었지만 그만큼 이닝을 끌고 가지 못했다는 뜻. 13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이닝당 투구수가 19.3개로 가장 많았다.
2024년에도 지난해 후반의 집중력을 이어간다면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이의리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대 왼손 에이스의 계보를 이어갈 투수가 드디어 벽을 깨고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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