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직원 업무와 무관한 기준으로 승진심사… 중노위 '성차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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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구조상 여성 직원은 충족할 수 없는 기준을 적용해 승진심사를 해온 대기업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을 받았다.
여성 직원은 애초 승진 기준을 충족할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중노위는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해 남녀를 동일하게 처우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여성이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여성이 불리한 결과에 처하며, 그 기준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를 성차별로 인정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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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직 전원 남성·영업지원 전원 여성인 대기업
영업 실적으로 승진… 여성은 고과 좋아도 탈락
상위 직급에 남성 96.7%·여성 3.2% '유리천장' 두>
업무 구조상 여성 직원은 충족할 수 없는 기준을 적용해 승진심사를 해온 대기업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을 받았다. 겉으로는 중립적으로 보이는 기준을 내세운 채 간접적 성차별을 했다고 보고 승진심사를 다시 하도록 한 것이다.
중노위는 직원 1,000명 규모의 기계 제조·판매기업 A사에 대해 지난달 5일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2022년 5월 고용상 성차별에 대해 벌칙 부과뿐만 아니라 차별적 처우 중지, 근로조건 개선 등 적극적 구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시정제도가 도입된 후 두 번째로 나온 시정명령이다.
A사 국내사업본부는 영업을 직접 담당하는 영업관리직은 전원 남성을, 영업지원직은 전원 여성을 배치했다. 그런데도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 2급갑(과장급) 승진심사에서 직접 영업을 했을 때만 기록되는 매출점유율, 채권점유율 등을 승진 기준으로 삼았다. 여성 직원은 애초 승진 기준을 충족할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그 결과 승진 대상자 6명 중 영업지원직 여성 2명은 모두 탈락하고, 영업관리직 남성 직원은 4명 중 3명이 승진했다. 승진에서 떨어진 여성 직원 2명은 3년간 인사고과 점수가 다른 남성 직원들과 같거나 더 높았고, 직급 경력도 더 길었다.
회사 측은 두 여성 직원에 대해 "입직 경로, 업무 확장성 차이로 고급 관리자로 갈 역량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여성 직원 중 1명과 비슷한 시기에 고졸로 입사한 남성 직원들은 모두 2급갑 이상으로 승진한 점 △2급갑으로 승진한다고 반드시 관리자 보직을 맡는 게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불합리한 처우'가 맞다고 봤다.
A사의 '유리천장'은 내부 통계로도 확인됐다. 2022년 6월 기준 이 회사 국내사업본부 성비는 남성 297명(88.13%), 여성 40명(11.86%)이었는데, 2급갑 이상인 남성은 150명(96.7%)인 반면 여성은 5명(3.2%)에 불과했다. 2019~2023년 국내사업본부에서 2급을에서 2급갑으로 승진한 12명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었던 점, 2023년 상반기 A사 전체에서 2급갑 이상으로 승진한 46명 중 여성이 전무했던 점 등도 중노위 판단에 고려됐다.
중노위는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해 남녀를 동일하게 처우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여성이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여성이 불리한 결과에 처하며, 그 기준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를 성차별로 인정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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