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1.5%P나 낮췄어요"… 환승族 잡으려 금리인하 경쟁
일반 주담대 금리보다 더 낮아
역마진도 감수하며 고객 유치
이자 대신 내주고 인지세 면제
대출환승 마케팅에도 열 올려
대면 대출영업 비중 높은 은행
비대면 갈아타기에 고심 깊어
◆ 주담대 갈아타기 인기 ◆
40대 A씨는 2017년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당시 금리는 2.99%에 불과했다. 그러나 6개월 변동형으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최근 대출 이자가 5.62%까지 올라갔다. A씨는 이번에 대환대출 서비스를 통해 더 금리가 낮은 상품을 검색해 3.7%대로 대출 갈아타기에 성공했다. 월 77만원의 원리금을 납부하던 A씨는 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66만원으로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온라인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가 실시된 지 2주 만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기준으로 갈아타기 신청 금액이 1조7000억원을 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용자들은 이들 은행에서 갈아타기를 통해 1.5%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하 효과를 보고 있다.
제1금융권에서는 초기 주담대 갈아타기 수요를 잡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이 과정에서 '역마진이 나는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23일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9~22일 약 2주간 주담대 갈아타기 신청 금액이 1조7451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신청 건수는 1만176건으로 드러났다. 다만 대출 신청부터 심사·승인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실제 대출 갈아타기가 실행된 건수는 아직 286건, 518억3000만원에 그쳤다.
주담대 갈아타기는 지난 9일 금융당국이 대환대출 인프라 상품 범위를 주담대까지 확대하면서 실시됐다. 기존에는 신용대출 갈아타기만 가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별 대출 금리와 조건을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대환대출 플랫폼이 도입됐다.
은행권이 주담대 갈아타기를 출시하면서 '주담대 머니무브'를 끌어들이기 위한 금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은행채 금리를 일별·주별로 반영해 조달 금리로 사용하는데, 해당 금리보다 낮은 주담대 갈아타기 상품을 별도로 출시하고 있다. 고객 확보를 위해 역마진도 감수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날 5대 시중은행은 주담대 갈아타기 금리를 3.67~3.75%로 제시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3.75%, 신한은행 3.72%, 하나은행 3.706%, 우리은행 3.71%, 농협은행은 3.67% 등이다. 혼합형 주담대 산정의 근거가 되는 5년물 은행채 금리가 22일 기준 3.860%인 것을 반영하면 은행마다 약 -0.1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한 포털사이트의 채무 컨설팅 관련 카페에는 '○○은행 주담대 갈아타기 비교 부탁드립니다' '○○은행 주담대 갈아타기 성공했어요' 등의 글이 속속 올라오며 주담대 갈아타기 열풍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사용자는 "금리를 이렇게 낮출 수 있었는데 이제야 서비스가 나온 게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리 인하 경쟁에 더해 주담대 갈아타기를 독려하기 위한 '환승' 마케팅도 치열하다. 국민은행은 오는 31일까지 주담대 갈아타기 이벤트에 응모하고 3월 21일까지 KB스타뱅킹에서 갈아타기를 완료한 고객에게 첫 달 대출 이자를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오는 2월 29일까지 선착순 500명을 대상으로 첫 달 이자 금액을 최대 20만원 범위 내에서 포인트로 지원한다. 하나은행은 오는 3월 29일까지 대출 갈아타기를 한 고객 중 선착순 2000명에게 인지세를 면제해준다.
대출 갈아타기로 은행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대면 대출영업 비중 조정이다. 영업비용을 들이며 유치했던 대출 고객이 이번 대환대출 서비스 출시를 통해 손쉽게 비대면 창구로 대출 갈아타기를 하게 되면서 이참에 각종 비용이 들어가는 대면영업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면 대출영업에 드는 비용을 아껴서 차라리 비대면 대출 금리 낮추기에 써야 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같은 은행 내 갈아타기가 안 된다는 것은 약점이다. 현재 대출 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 대출받은 은행밖에 없다면, 갈아타기는 불가능하다.
[양세호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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