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 원작 작가vs제작진, 쌍방이 "당혹스럽다"는 '고려 거란 전쟁' 논란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고려 거란 전쟁'을 두고 왜곡 논란이 번지고 있다. 원작자와 드라마 작가, 감독 사이 감정의 골도 깊어지는 중이다.
최근 KBS 2TV '고려 거란 전쟁'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원작자인 길승수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원작의 내용에 대해 언급하며 "'고려 거란 전쟁' 18회에 묘사된 현종의 낙마는 원작 내용에 없다"며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자문도 충분히 받고 대본을 썼어야 했는데 숙지가 충분히 안 됐다고 본다. 대본 작가가 본인 마음대로 쓰다가 이 사달이 났다. 한국 역사상 가장 명군이라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이런 사람이 공영방송 KBS의 대하사극을 쓴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등의 맹비난을 펼쳤다.
이에 KBS는 23일 '고려 거란 전쟁'의 탄생기를 공개하며 원작자 길승수 작가의 의견에 대한 반박을 이어갔다. 제작진은 해당 이야기가 2020년 하반기 대하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던 전우성 감독의 기획으로부터 시작됐다며 "전 감독은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당대에 유효한 시사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찾던 중 11세기 초 고려와 거란과의 전쟁 시기에 주목했다. 당시 고려는 최대 패권국이던 거란을 꺾고 동아시아 전역에 200년간 평화와 번영의 시기를 열어냈다. 전 감독은 고려 황제 현종과 귀주대첩의 영웅 강감찬을 중심으로 거란과의 전쟁 10년간의 이야기를 극화하기로 하고 기획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현종의 즉위부터 10년간은 전쟁과 정변이 연달아 벌어진 격변의 시기였다. 승리와 성취의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 살아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고달펐을 것"이라며 "주인공은 황제이고 장군이라 그를 본격적으로 담아내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백성의 입장에서 전쟁과 정변은 어떤 것이었을지를 빠뜨리지 않고 담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거란과의 10년 전쟁을 드라마화하겠다는 간단한 기획안을 작성한 뒤 자료를 검색하며 길승수 작가의 소설인 '고려거란전기'를 봤고, 2022년 상반기 판권 획득 및 자문 계약을 맺고 이후 전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드라마에 등장하는 전쟁 씬 및 전투 장면의 디테일을 소설 '고려거란전기'에서 참조했다는 설명이다.
2022년 하반기 합류한 이정우 작가는 대본 집필에 돌입했으나, 소설 '고려거란전기'가 자신이 생각한 이야기의 방향성과 맞지 않다고 판단했고, 전우성 감독도 이에 공감했다고. 이에 1회부터 소설과는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게 됐다고. 제작진은 "전 감독은 드라마 자문 경험이 풍부한 조경란 박사를 중심으로 자문팀을 새로이 꾸렸고 든든한 조력자를 얻은 이 작가는 1회부터 스토리 라인 및 씬별 디테일까지 촘촘하게 자문팀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본을 집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이에 원작자인 길승수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웃기지도 않는다"며 "제가 2022년 6월 처음 참여했을 때, 확실히 제 소설과 다른 방향성이 있더라. 그 방향성은, '천추태후가 메인 빌런이 되어서 현종과 대립하며 거란의 침공도 불러들이는 스토리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화들짝 놀라서 전작 KBS 드라마 '천추태후'도 있는데, 그런 역사 왜곡의 방향으로 가면 '조선구마사' 사태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천추태후는 포기됐는데 결국 그 이야기가 원정왕후를 통해서 어느 정도 살아남았다"고 폭로했다.
길승수 작가의 폭로에 작가와 감독 역시 비판을 이어가는 중이다. 전 감독은 "소설 '고려거란전기'는 이야기의 서사보다 당시 전투 상황의 디테일이 풍성하게 담긴 작품"이라며 "꼭 필요한 전투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해보고자 길승수 작가와 원작 및 자문 계약을 맺었고, 극중 일부 전투 장면에 잘 활용했다. 그러나 길승수 작가는 이정우 작가의 대본 집필이 시작되는 시점에 자신의 소설과 '스토리 텔링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증과 관련된 자문을 거절했고, 수차례 자문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고사했다. 이후 저는 새로운 자문자를 선정해 꼼꼼한 고증 작업을 거쳐 집필 및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길승수 작가가 저와 제작진이 자신의 자문을 받지 않았을 분 아니라 기초적인 고증도 없이 제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정우 작가는 "원작 계약에 따라 ('고려거란전기'를) 원작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이 소설은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을 태동시키지도 않았고, 근간을 이루지도 않았다. 저는 이 드라마의 작가가 된 후, 원작 소설을 검토하였으나 저와는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때부터 고려사를 기반으로 처음부터 이야기를 다시 설계했다. 제가 대본에서 구현한 모든 씬은 그런 과정을 거쳐 새롭게 창작된 장면들"이라고 밝혔다.
'고려거란전쟁'을 둘러싼 원작자와 제작진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제작진은 "고려의 황제 현종이 그의 정치 스승 강감찬과 고려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어떤 리더십을 펼쳐나갈지 기대해 달라. 또한 귀주대첩이 발발하기까지의 고려와 거란의 외교정책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갈등과 대립까지 다채로운 스토리로 찾아뵐 테니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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