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눈바람 맞으며 '90도 인사'···尹, 어깨 툭치며 손 내밀어
韓 위원장 화답하듯 일정 취소한 채 현장行
尹도 시간 앞당겨 방문···韓과 함께 현장점검
전용열차 타고 동반 상경···수습 방안 논의
韓 “尹에 대한 깊은 존중과 신뢰 변함 없어”
총선 공멸 위기 속 당정 모두 “파국 피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다. 한 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21일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이 정면충돌한 지 이틀 만이다. 총선이 7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정 갈등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조기 수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의 예정에 없던 만남은 당정이 한발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며 전격 성사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1시 28분 김수경 대변인의 명의로 윤 대통령이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에 대해 보고 받고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하라”고 한 긴급 지시를 서면 브리핑으로 냈다. 대통령실이 새벽에 윤 대통령의 브리핑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서천 화재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본 것이다.
이후 한 위원장은 마치 윤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이라도 하듯 예정된 오전 일정을 취소한 채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 방문 계획을 예고했다. 한 위원장은 당초 이날 오전 국회 본청과 당사를 돌면서 당 사무처 직원들을 격려할 계획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외부 공식 일정이 없었다. 하지만 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 직접 현장을 돌아보기로 했다. 다만 이날 오후 늦게 서천시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오후 1시 30분 전후로 방문 일정을 앞당겨 공지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한 위원장이 반응하고 이를 윤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취해 두 사람의 만남이 전격 성사된 셈이다.
녹색 민방위복 차림으로 현장에 먼저 도착한 한 위원장은 영하의 강추위 속 매서운 눈바람이 부는 시장 어귀에 서서 15분간 윤 대통령을 기다렸다. 한 위원장을 알아본 윤 대통령은 악수한 뒤 어깨를 툭 치며 친근감을 표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한 뒤 웃으며 화답했다.
현장을 둘러본 두 사람은 각자의 차량을 타고 익산역으로 이동한 뒤 윤 대통령의 전용 열차를 타고 함께 서울로 향했다. 서울역까지 한 시간 남짓한 이동 시간 동안 두 사람은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면서 이번 사태의 수습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서울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님에 대한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은 전혀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내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라며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 각을 세우던 것과 달리 한껏 몸을 낮춘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4월 10일에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우리 국민을 더 잘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만남을 계기로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던 당정 갈등도 봉합과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이 17일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언급하면서 ‘사천’ 논란이 발생한 지 엿새 만이자 한 위원장 사퇴를 놓고 대통령실과 정면충돌한 지 이틀 만이다.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지 못해 총선에서 참패할 경우 당정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양측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주류 의원들도 더 이상의 확전을 자제한 채 갈등 봉합에 나서는 모습이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주 긍정적으로 잘 수습이 되고 봉합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당 소속 의원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실망해 신뢰와 지지를 철회했다’는 기사 링크를 올리며 대통령실에 힘을 실었던 이용 의원은 이날 예정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다만 공천 과정에서 당정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의 당정 갈등을 ‘약속 대련’으로 규정해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유튜브 인터뷰를 통해 “1차전은 한 위원장의 우세승으로 끝날 것이고 2·3차전이 있을 것”이라며 “한 위원장이 오히려 2차전인 공천에서 끌려가는 상황이 되면 부도가 터지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하듯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2차 공관위 회의에서 “원칙과 기준이 바로 선 공천이 승리를 담보한다”며 “시스템 공천을 통해 줄 세우기 공천이나 계파 공천의 구태를 끊어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상 기자 kim0123@sedaily.com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서천=-김예솔 기자 losey27@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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