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유전자가위 치료 과정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원자력연구원 영상화 성공
동위원소 지르코늄-89 활용

국내 연구팀이 몸 안에서 움직이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위치를 영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동식물의 유전자에서 손상된 DNA를 잘라내고 정상 DNA로 교체해 질병을 치료하는 도구다. 영상화 기술로 질병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훈 한국원자력연구원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 실장은 23일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지르코늄-89(89Zr)를 이용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영상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영상화한 것은 국내 최초로 해외에서도 아직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스'의 1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영상화 기술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지르코륨-89를 합성한 것이다. 지르코늄-89에서 나오는 감마선을 추적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확인하는 원리다.

연구팀은 지르코늄-89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합성한 것을 체내에서 잘 전달되도록 일종의 코팅제인 '지질 나노입자(LNP)'로 둘러쌌다. 그런 다음 정맥주사로 체내에 주입한다. 체내에 들어온 지르코늄-89가 뿜는 감마선을 양전자단층촬영(PET)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DNA를 쫓는 유전자 가위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르코늄-89는 반감기가 3.3일이다. 몸에서 오래 머물지 않아 안전하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박 실장은 "향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모델링하기에 따라 암과 같은 여러 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라며 "개발한 기술은 약의 이동과 치료 효과를 즉시 파악할 수 있어 신약 기술 개발이나 연구 등에 활발히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