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술 리더된 韓 기업들…'보안' 핵심가치 부상

김종성 2024. 1. 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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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산업기술 해외유출 적발 104건…60% 이상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
양형위,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최대 징역 18년"…기업들, '보안' 내부 기강 다지기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2차전지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선도적 위치에 올라서며 '보안'이 핵심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기술 유출을 둘러싸고 국내 기업 간, 국내 기업과 해외기업 간 분쟁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기업으로선 한순간에 경쟁 우위를 잃을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중국 기업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A씨가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23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6년간 산업기술 해외유출 적발건수는 총 104건이었다. 이 중 60% 이상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국가의 미래 먹거리인 첨단 산업으로, 피해액은 25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반도체가 30건으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 23건, 전기·전자 11건, 자동차 9건, 정보통신 6건, 조선 6건, 기타 10건 등이었다.

최근에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잠수함 설계 도면을 대만에 유출한 혐의로 전직 직원 2명이 경찰에 입건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삼성전자의 전 직원이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한 혐의로 구속됐다. 앞서 같은해 9월에는 SK하이닉스 협력업체 부사장이 2018년부터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중국 반도체 경쟁업체로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았다.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산업의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의 대응은 아직 미진한 수준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접수된 형사공판사건 43건중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은 6건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기술 유출에 따른 국가 안보와 경제적 위협에 비해 양형과 징역형의 실형 선고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법원도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을 높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식재산·기술침해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 양형위는 별도 양형 기준이 없었던 '국가핵심기술 등 국외 침해' 조항을 신설해 최대 징역 18년형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또 기존엔 영업비밀 침해 행위와 같은 유형으로 묶여 최고 형량이 징역 9년에 그쳤던 산업기술 해외 유출 범죄에 대해서도 징역 15년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고쳤다. 이번 양형위의 결정으로 법원이 유출범에게 중형을 선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며 기술 유출 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잠수함 도면 유출과 관련해 "국가 핵심기술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정보기관 등과 상시적 공조와 협업 시스템을 구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일 올해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회사의 발전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첫 번째 약속은 준법 실천과 준법 문화 정착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기술 유출 재발 방지를 강조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기 보안교육 실시하고, 매년 영업비밀 보안 서약서를 받고 있다. 정보보호 부서 차원에서 보안사고 탐지와 예방을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도 운영한다. 아울러 퇴직자나 퇴직 예정자를 상대로는 더 철저한 보안 점검을 실시하고, 지난해에는 사내 정보의 외부 유출 등 방지를 위해 일부 부서에서 챗GPT, 구글 바드, 빙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이용을 제한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신년회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추구해야 할 방향 중 하나로 '미래를 지킬 수 있는 보안 의식'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지식과 정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하는 우리의 경쟁력"이라며 "지속성장의 원천이 되는 우리의 지적 자산을 지키기 위해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하고,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기 바란다"고 말했다. 보안은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는 공감대가 현대차그룹 모든 부문에 형성되고, 지켜져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의 추격에 쫓기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첨단 기술 유출방지와 기술 추격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최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특허정보제공서비스를 신설했다.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산업기술보안활동의 일환으로, 특히 국내 첨단기술 무단도용 위험이 있는 특허정보와 핵심 연구인력 보호를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현재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기술진보와 새로운 혁신이 요구되며 LCD에서 OLED,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로 중심축이 움직이는 격랑 속에 있다"며 "첨단기술로의 전환은 인고의 노력과 시간이 드는 만큼 이를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한 조직적 차원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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