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봉영화 '홀드백' 법제화해야

2024. 1. 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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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영화 '서울의 봄'이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지만, 새해 극장가는 휘청거리고 있다.

극장 개봉을 거치지 않는 OTT 독점 개봉 영화, 극장과 OTT의 동시개봉 영화, 극장 개봉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OTT로 직행하는 영화 등 통상적인 홀드백을 준수하지 않는 유통 형태가 늘어나면서 피해를 입는 당사자는 비단 극장이나 영화계 종사자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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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영화 '서울의 봄'이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지만, 새해 극장가는 휘청거리고 있다. 흥행 기대작이었던 '노량:죽음의 바다'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좌초했으며, '외계+인' 2부도 전편의 실패를 극복하지 못해 영화관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사실 극장가는 2020년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로 관객 수 급감을 경험했을 뿐 아니라 때맞춰 특수를 맞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으로 장기적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심각한 수준의 극장 영업이익 손실은 결과적으로 CGV 등 대형 극장 체인의 일부점 폐점과 인력 감축, 영화 관람료 인상이라는 자구책 마련으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영화 관람료 인상이 영화 산업 불황을 재촉했다고 주장하는데, 영화 관람료 인하가 영화관 산업의 회복을 앞당기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극장 매출액을 근거로 영화관과 배급·제작사가 수익을 분배하는 영화 산업의 특성상 영화관의 위축은 한국 영화 산업의 성패와 직결된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영화관의 부진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의 등장으로 홀드백(hold back)이라는 영화 유통 질서가 무너진 데 많은 지분이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극장 개봉을 거치지 않는 OTT 독점 개봉 영화, 극장과 OTT의 동시개봉 영화, 극장 개봉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OTT로 직행하는 영화 등 통상적인 홀드백을 준수하지 않는 유통 형태가 늘어나면서 피해를 입는 당사자는 비단 극장이나 영화계 종사자뿐만이 아니다. 내용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 OTT 플랫폼을 타깃으로 흥행 공식과 소비에만 초점이 맞춰진 장르 영화 위주로 제작이 몰리다 보면 독립·예술영화 등 영화적 다양성은 소멸되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선택지 제한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지난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영화 산업 도약 전략은 모태펀드 투자작 대상에 한해 6개월 홀드백 준수 의무화를 추진하고, 그 외 작품은 홀드백 자율협약 체결을 지원함으로써 영화관 개봉을 촉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부가통신사업자인 OTT와 영화업자 간 홀드백 기간을 조율하는 것은 문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상이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 때문에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자국 영화 산업에 대한 보호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프랑스의 경우 사업자 간 협약에 따라 홀드백 기간을 15개월로 정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사실상 영화업과 방송통신업이 영상 산업으로 융합·재편되고 있는 시점에서 영화관, IPTV, OTT 등 각 플랫폼이 한편으로 쏠리지 않고 상생·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업자 간 협의를 통해 플랫폼별로 일정 기간의 상영을 보장하는 홀드백의 법제화를 순차적으로 고려해봄 직하다. 이를테면 극장 개봉 후 약 6개월 경과 후 온라인비디오물 서비스를 개시하는 방안에 대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 논의가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영화 산업은 모처럼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대한 투자·제작과 지식재산권(IP) 귀속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 대해 한국이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영화관 플랫폼 물량이 보장되어야 산업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휘정 상명대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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