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우리가 다수결 원칙을 존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뉴스1) = 다수가 지지하는 대안으로 공동체의 의사를 결정하는 다수결 투표는 모든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현대 민주정치의 기본 원리 중 하나다. 다수결제의 취지는 특정한 대안이 다수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뜻을 모은다는 데에 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정치의 다수결제는 승자독식형 다수결제로 변질되었다. 근소하게 승리한 다수가 적지 않은 소수를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다수의 폭정'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우리는 다수결 민주주의가 건설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현명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다수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따라 다수결제를 운영하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절반 이상의 다수가 동의하는 대안을 채택하는 과반다수결제를 의미한다. 다수결제는 민주적 의사결정 방법의 하나로 귀족, 지배계층 등 소수의 선호가 아닌 다수 시민의 의견을 모아 통치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원칙에 부합하며, 과반다수결제는 모두의 동의를 조건으로 하는 만장일치제나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초다수결제 등에 비해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으므로 효율적이다. 다수결제의 가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과반다수결제를 선호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과반다수제는 의사결정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단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확보한다면 그 결정이 또 다른 다수에 의해 뒤집힐 염려가 적다.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인원으로 과반수를 능가하는 다수를 형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둘째, 다수의 지지를 받는 대안이 항상 최선의 대안이라는 보장은 없으나 다수의 지혜가 응축된 지혜로운 대안일 가능성이 높다. 반이 넘는 다수의 지지를 얻는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설득과 협상의 과정이 필요하다.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경쟁하는 가운데 과반 이상의 다수의 지지를 받는 대안이 도출된다면 독단적인 의견보다는 수월성 면에서 나은 견해일 가능성이 높다.
다수결주의를 표방하는 한국의 양대 정당의 정치는 의사결정의 안정성과 수월성을 확보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우리는 두 가지 기준 모두에서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 대결적 양당제 하에서 의사결정의 안정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권이 교체되면 이전 정권의 중요 정책들이 과거로 복귀한다. 집권당이 바뀌면 새로운 정책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지만 연금, 노동, 교육 등 특정 정권을 넘어서는 중장기적 대응이 필요한 의제들도 많다. 연속성이 필요한 중장기 의제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지만 대결적인 양당정치 구도 속에서 정당 사이의 타협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정책의 내용 면에서도 우리의 양대 정당들이 수월성을 확보한 지혜로운 정책 대안들을 제시한다고 보기 어렵다. 적대적 양당제 정치구도 속에서 단합을 강조하면서 당내에 다양한 이견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화의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정당 내부에 중도파와 온건파가 공존할 때 다양한 대안이 경쟁할 수 있으며 상대 정당과의 타협도 가능하다. 하지만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사라지면서 여야 대립이 강화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총선이 다가오며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새 정치와 정치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는 안정성과 수월성을 바탕으로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이다. 한국정치의 안정성과 수월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대 정당 내부에서 다양한 견해가 경쟁해야 한다. 정당 지도부와 의견이 다른 소수파도 생존할 수 있는 당내 민주주의가 자리잡아야 한다. 다양한 파벌이 경쟁하는 정당이 건강한 정당이다. 다수결제는 단합을 통한 다수가 아닌 설득을 통한 다수가 통치할 때 건설적으로 작동한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건전한 당내 경쟁을 통해 지혜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에 한 표를 행사할 것을 제안한다.
양대 정당이 획일적인 대결정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은 새 정치를 표방하는 대안세력을 지지하여 양대 정당을 심판할 수도 있다. 이른바 제3세력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자 한다면 자신들이 타협하지 않고 대립하는 양대 정당과 달리 사안에 따라 진보와도 혹은 보수와도 타협할 수 있으며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여 지혜로운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양대 정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유의미한 제3당이 등장한다면 한국 정치는 타협과 설득을 통해 다수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정당간의 타협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국회의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3당의 등장은 한국정치의 안정성과 수월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총선 결과 양대 정당이 국회 의석을 양분할 수도 있고, 제3당이 등장할 수도 있다. 어떤 길을 가더라도 22대 국회에서는 안정성과 수월성을 확보할 수 있는 건설적인 다수결 민주주의가 작동하기를 희망한다.
/박현석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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