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만기 비우량채 16조 상환 어쩌나…기업들 조달 놓고 고심

이건엄 2024. 1. 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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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만기 도래 회사채 중 34%가 비우량채
발행금리가 현재 기준 금리보다 낮아
차환 과정서 이자 부담 확대 불가피
“취약 업종일수록 조달 쉽지 않을 것”
이 기사는 2024년01월23일 16시17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올해 16조원 규모의 비우량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서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기존 대비 발행 금리가 높아진데다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우량채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조달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꼽히는 기업 대출과 기업어음(CP) 역시 이자 부담이 상당해 선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비우량등급 회사채의 올해 만기도래액은 15조8000억원으로 전체 만기 도래 회사채 잔액의 34%를 차지했다. 발행 잔액 대비로는 17.4% 수준이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만기 도래액 천문학적 수준…이자비용 어쩌나

이처럼 비우량 회사채 만기 도래액이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나면서 기업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 대부분이 금리가 낮았던 시기에 발행됐던 만큼 차환 과정에서 이자율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대부분은 금리가 낮았던 2019~2021년에 발행됐다. 당시 평균 발행금리가 비우량물 기준 2.6% 내외로 현재 기준금리(3.5%)보다도 낮다. 신용 가산금리 등을 고려했을 때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도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과거 대비 금리 밴드가 고점에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대신 선택할 수 있는 기업 대출과 단기사채 역시 이자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지난해 일부 비우량 기업들의 경우 사모사채와 CP를 통해 회사채를 차환하는 과정에서 이자 부담이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문제는 비우량채에 대한 투심 악화로 신규 발행을 통한 차환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건설 등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미매각이 다수 발생하는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에 나서기에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만기 예정인 비우량채 중 건설, 화학 등 취약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35.6%로 타 업종(22.1%) 대비 높다.

실제 채권시장이 본격적으로 얼어붙기 시작했던 지난해 건설채를 중심으로 미매각이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 공모채 발행에 나섰던 10곳의 건설사 중 절반에 달하는 5곳(HL D&I, 한신공영, 신세계건설, KCC건설, 한양)이 미매각을 기록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신규 회사채 발행과 사모채, 단기사채 등 여러 방안을 두고 고민 중”이라면서도 “사채의 경우 금리 부담이 커진데다 건설업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발행이 쉽지 않다. 이자 지출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조달환경까지 악화돼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래프=한국은행]
취약업종 신용등급 강등 압박↑

취약 업종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압박도 커지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가산금리가 높아지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 부담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건설의 경우 한국기업평가(034950)(이하 한기평)와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 NICE신용평가(이하 NICE신평) 등 국내 신용평가3사 모두 올해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봤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수익성 둔화에 따른 외형 축소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석유화학업종 역시 마찬가지다. 업황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만큼 신용등급 회복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다. 한기평은 ‘2024년 석유화학 산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석유화학 업종의 전망이 ‘비우호적’이며 신용등급 전망 또한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이화정 현대차증권 매니저는 “펀더멘탈과 신용등급,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조달 환경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건설, 화학 등 취약 업종의 경우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모채와 CP를 통해 조달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자 부담 역시 비례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건엄 (leek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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